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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생명을 살리는 베이비박스, 주사랑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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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락 목사 | 주사랑공동체교회

 

1. 주사랑공동체는 10여 년간 베이비박스를 운영해 왔습니다

 

처음은 장애 있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주사랑공동체교회(이하, 주사랑공동체)는 1999년 2월에 설립되었습니다. 이종락 목사 부부는 그 때 전신마비(뇌병변1급)로 누워 있는 친아들(故이은만)을 돌보고 있었는데, 그와 같이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는 처지의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맡게 되었습니다(現 16명). 주사랑공동체는 그렇게 선한 사마리아인의 기독교 가치를 가지고 아무 조건 없이 주님의 사랑을 가지고 장애인 아동들을 키우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아이를 살리려는 주님의 마음 외에는 없습니다
꽃샘추위가 심했던 2007년 4월 어느 날 새벽 3시 30분, 이종락 목사의 집 대문 앞에 생선박스가 놓여 있었는데 안에서 갓난아기가 발견되었습니다. 이후 주차장, 공중전화박스, 골목길 등에 장애가 있는 아이를 놓고 가는 경우가 계속 발생하였습니다. 자칫 아기가 집 문 밖에서 사체로 발견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불안감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체코의 베이비박스를 모델로 해서 2009년 12월 한국 최초로 베이비박스를 설치했습니다. 종종 경찰관들이 미아를 발견할 경우에도 관할 구청 아동보호시설이나 소방서가 아니라 주사랑공동체에 방문하여 이종락 목사 부부에게 아기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2. 베이비박스에는 생명이 위급한 미혼 부모들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한 미혼모는 약을 타서 아기와 같이 죽으려고 하는 순간 베이비박스가 생각이 났다며 전화를 하여 아이를 살려달라고 했습니다. 이종락 목사는 “내가 갈까? 아니면 이리로 와라. 너도 살고 아기도 살자. 내가 너를 도우마”고 간곡히 권하여 모자가 살 수 있었습니다.


또 한 미혼모는 아이를 3층에서 던지고 자신은 5층에서 투신자살할 결심을 하고 있을 때 친구에게서 전화연락을 받았다고 합니다. “TV에서 베이비박스가 나오는데 그곳에 아기를 맡기면 되겠더라. 한 번 찾아가봐.” 그것은 아기와 엄마의 목숨을 건진 전화였습니다.


한 미혼모는 고속도로 휴게소의 재활용 쓰레기통에 아기를 버리고 갔는데 뒤에서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죄책감에 다시 휴게소로 돌아와 아기를 데리고 베이비박스를 노크했습니다.


또 한 미혼모는 산에서 혼자 출산을 하고 제정신이 아닌 상황에서 바로 아기를 파묻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문뜩 베이비박스가 떠올라서 아기의 몸에 묻은 흙을 털고 베이비박스를 찾아왔습니다.


그중에도 제일 안타까웠던 것은 10대 미혼모가 제주도에서 아기를 출산하였는데, 비행기도 못타고 배와 버스를 타고 16시간 걸려 베이비박스를 찾아온 일입니다. 도착하자마자 이종락 목사에게 아기를 맡기고 그 자리에서 하혈한 채로 기절을 했습니다.


베이비박스는 미혼 부모들이 아기의 생명을 지키러 오는 곳입니다. 국가에서 전혀 도움을 주거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는 사각지대에 있는 자들, 강도 만난 자, 도움을 받고 싶어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쓰러져 죽을 수밖에 없는 그런 미혼 부모들이 오는 곳이 바로 베이비박스입니다. 베이비박스는 이러한 절박한 사연과 죽음의 기로에 놓인 미혼부모들에게 ‘안식처’이자 ‘도피처’가 되며 ‘강도 만난 자의 이웃’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3. 법과 제도가 커버하지 못하는 현실이 존재합니다


2010년부터 2012년 상반기까지는 주로 장애를 가진 아기들이 베이비 박스에 보호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2012년 8월 <입양특례법>이 시행되면서 양상이 달라졌습니다. 출생 신고가 어려운 부모들이 다산콜센터(120), 주민센터, 구청 등에 도움을 요청하였으나 전혀 도움을 받지 못하고 다급한 지경에 이르자 TV와 매스컴을 통해 보도된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보호하면서부터 아기의 숫자가 급격하게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 그래프 1. 베이비박스 보호 수와 장애아기 보호 수 >


베이비박스 운영자들은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맡긴 부모들-불가피한 사정으로 아기를 키울 수 없거나 출생 신고를 꺼려하는 미혼부모들-을 98% 정도 만나 상담을 하였습니다. 그 결과 <입양특례법>의 출생 신고 강제 조항이 아이를 입양을 보내고 싶어도 출생 신고에 대한 부담으로 입양을 포기하고 베이비박스를 찾아오게 하는 원인이 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프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10년부터 2020년까지 평균 12명의 장애가 있는 영아가 베이비박스에 보호되었지만, 개정된 입양특례법이 시행된 2012년부터 출생 신고가 어려운 영아가 베이비박스에 보호되는 일이 급격하게 늘어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당시 베이비박스에 대한 인지도는 거의 없던 때였습니다.


4. 아이를 맡기는 곳이 아닙니다 ‘한국형 베이비박스’입니다


독일, 프랑스,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을 포함하여 18개국 이상에서 운영하고 있는 베이비박스는 위기 영아를 일시적으로 보호하는 기능만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주사랑공동체 베이비박스는 다른 나라와 달리 베이비박스를 찾아온 미혼부모 중 98%(2020년 5월 기준)를 만나 상담하고 설득합니다. 한국형 베이비박스에서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미혼모를 만나고 상담하며, 무료 출산 지원을 통해 안전하게 아기를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베이비박스에 맡겨진 영아 중에서 15~20%는 원가족 품에 안기며, 15%는 입양을 통해 가정에서 보호를 받게 됩니다.

 

< 그래프 2. 베이비박스 보호 수 및 상담을 통한 원가족 복귀 수 >

 

원가정 품으로 돌아간 아기를 위해서는 친부모에게 양육에 필요한 물질적인 지원과 함께 자립할 수 있도록 베이비케어키트(3년 간/매월 1회), 생활비지원, 취업지원, 병원비, 집세, 자격증, 개인회생, 양육지원(위탁)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생계가 어려운 96가정에 각 30만원의 긴급생계비를 지원하였으며, 그 중 일자리를 잃은 5가정을 선별하여 1년간(12개월) 30만원씩 긴급생계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온·오프라인 위기상담 및 친생부모가 키우도록 설득한 가정에 대한 지원 건 수(명)>

 

주사랑공동체 베이비박스는 영아 유기를 막고 아기가 원가정 또는 입양을 통해 가정에서 자랄 수 있도록 돕는 것을 1차적인 목표로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기되는 아기가 있으면 아기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을 2차적인 목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의 베이비박스 운영과 달리 가정 회복 및 해결적 관점에서 개정된 법(입양특례법)으로 인해 보호가 어려운 사회복지 사각지대의 소중한 생명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비밀출산특별법이 법제화되기 전까지 생명을 보호하는 역할을 통해 국가가 법을 재정비할 수 있도록 거버넌스 기능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5. 주사랑공동체 베이비박스에서 바라본 입양특례법의 문제점

 

현행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족관계등록법)에 의하면 자녀가 출생한 경우 1개월 이내에 출생신고가 되어야 하고(제44조 제1항), “입양특례법”에 의하면 자녀의 출생신고가 사전에 되어 있어야만 법원의 입양 허가를 받아 입양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제11조 제1항 1호)

 

불가피한 사정으로 인해 친생부모가 자녀를 양육할 수 없을 때, 새로운 가정에서 아기가 자랄 수 있도록 입양을 보내기로 결정한 경우에도 사전에 출생 신고를 해야만 하며, 출생 신고에 의해 친생부모의 가족관계증명서에 자녀가 기록되게 됩니다. 자녀가 입양되면 가족관계증명서에 기록이 남지 않지만, 자녀가 입양되기 전까지(행정처리 기간) 가족관계증명서에 기록이 존재하게 되고, 입양 후 파양(입양취소)이 되면 자녀가 다시 가족관계등록부에 부활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자녀를 숨길 수 밖에 없는 처지에 있는 친생부모의 경우 출생 신고를 꺼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자가 분만한 경우에도 법원의 판결을 받아 출생신고를 해야 하는 만큼, 그 기간 동안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입양 의뢰 확정 및 취소/기혼 및 미혼 등의 입양비율>

 

친생부모와 아기에게 병력이 있거나 장애가 있으면 베이비박스를 통해 입양기관에 연계가 된다고 하더라도 취소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에, 출생 신고를 숨겨야 하는 친생부모에게는 또 다른 어려움이 발생하게 됩니다. 또한 혼외자(외도)로 태어난 아기의 경우는 출생 신고의 어려움으로 인해 입양 자체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며, 고아원 등 보호시설로 가야만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모든 아동이 가정에서 자라야 할 권리가 있는 만큼 정부에서는 현행 입양특례법을 보완할 수 있는 ‘비밀출산특별법(생명사랑법)’을 제정하여 아이들이 보다 안전하게 부모에게 사랑받는 가정에서 자랄 수 있도록 하여야 합니다. 또한 출생 신고가 어려운 친생부모들이 더 이상 베이비박스에 찾아오는 일이 없도록 사각지대에 있는 친생부모들을 위한 지원책이 하루 빨리 마련되어야 합니다.

 

6. 위기 영아의 가정보호 활성화를 위한 제언

 

모든 아동이 가정에서 자라야 하는 만큼 주사랑공동체에서 바라본 가정보호 및 입양 정책의 활성화를 위한 대책은 “태아의 생명과 태어난 생명을 지키고 미혼 부모를 돕는 비밀출산특별법”이 하루 빨리 국회를 통과하여 시행되는 것입니다.

 

 

가. 출생신고에 관하여
친생부모가 현행법에 따른 출생신고를 원하지 않거나 출생신고 자체가 어려운 경우에도 출생 기록이 남지 않도록 하고, 단독 출생신고를 통해 곧바로 입양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해야 됩니다. 입양된 자녀의 친생부모를 알 권리와 친생부모의 사생활에 관한 권리가 충돌할 것을 대비하여 프랑스의 CNAOP(Conseil national d'accès aux origines personnelles : 양자의 출산에 관한 정보를 관리하는 국가평의회)와 같이 별도의 기관 또는 가정법원에 정보를 두어 아동의 알 권리와 친생모의 비밀유지를 도울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됩니다.

 

나. 병력과 장애가 있는 아기를 위한 지원
부모와 아기의 병력과 장애로 인해 입양이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도 미국과 같이 입양 조건에 대한 세부적인 확인 사항을 만들어 병력과 장애가 있더라도 입양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입양에 대한 선진화된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계속적인 캠페인을 통해 비장애인과 장애인 모든 아동이 가정에서 자랄 수 있도록 선행조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장애인 아동을 입양하는 가족을 위한 특별지원 등의 조치도 필요합니다.

 

다. 친부의 책임에 대하여
아기와 엄마만 남겨두고 도망간 친부에 대한 책임을 강화해야합니다. 국가가 먼저 아기와 엄마(미혼모)에게 ‘선지원’ 하고 ‘후행정’으로 처리하는 방식을 통해 국가는 친부에게 양육비에 대한 구상권 청구를 하고 남성 책임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친부가 이를 이행하지 않을 시 운전면허 취소, 여권 취소, 월급계좌 및 모든 계좌를 압류하여 미혼모가 아기를 안전하게 키울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강구해야 합니다.

 

라. 아동 최상의 원칙을 위해
마지막으로 말 못하는 모든 아동이 가정에서 보호받아야 할 권리를 정치 쟁점화 시켜서는 안 됩니다. 생명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국가는 아동 최상의 원칙을 기본으로 모든 아동이 원가정에서 자랄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원가정 보호가 어려운 아동의 경우는 신속하게 입양될 수 있도록 국가가 길을 열어주어야 할 것입니다.

 

죽을 수밖에 없는 고아였던 우리를 하나님께서 예수님의 핏값으로 양자 삼아 주셨기에 그 은혜를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예수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조건 없이 선한 사마리아인의 기독교 가치를 가지고 국가가 돕지 못하는 사회복지 사각지대의 어려운 이웃을 품고 기도해야 할 때입니다.

 

* 이종락
고려신학교 및 고려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을 공부하고 현재 주사랑공동체교회의 담임 목사로 섬기고 있다. 한국 최초로 베이비박스를 설치하여 1800여 명의 영아의 생명을 보호했고, 병원에서 돌보기 어려운 중증 장애인 아동들을 입양하여 장애인 생활공동체를 운영하면서 생명사랑연합 공동대표 및 가정보호 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글은 월간 JESUS ARMY 2020년 12월호에서 전재한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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