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종교 사이의 긴장이 지금 한국사회를 압박하고 있다. 구속 수감된 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의 건강 이상설이 며칠 전 일부 우파 매체를 통해 제기된 데 이어 법무부가 그게 사실 무근이라며 바로 반박한 바 있다. 이 소동의 앞뒤 배경을 우리 모두 다 안다. 태극기 애국세력을 상징하는 인물을 구치소에 가둔 채 4월 총선을 치르고 싶어 하는 수상쩍은 권력과, 이에 반발하는 기독교 사이의 갈등이다. 정치-종교 갈등은 종교 집회를 둘러싼 논쟁에서도 확인된다. 청와대를 포함한 권력은 중국 폐렴이 기승을 부리는 지금 강제력을 동원해서라도 종교집회를 막겠다는 것이고, 교회는 그걸 종교 탄압이라고 맞받아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그건 기독교가 체제 수호의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인데 차제에 정치-종교 문제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하고 싶다. 이 글의 궁금증은 이렇다. 정교는 정치에 비판하거나 간여할 수 없으며, 간여하더라도 선을 지켜야 한다는 널리 퍼진 주장은 과연 올바른가 하는 점이다. 결론을 말하면 그건 미신이다. 그걸 굳게 믿은 채 현실의 모순과 고통을 외면한 채 기도만 올리자는 교회가 상당수다. 대형교회일수록 교회와 교인이 정치에 대해 말하면 큰일 나는 것으
경제관료들에게 한국경제의 황금기는 언제인가 묻는다면 그들은 주저 없이 1960년대에서 70년대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들에게 당시 걸출한 업적을 남겼던 경제관료의 이름을 대보라고 하면 예외 없이 두 명의 스타를 꼽을 것이다. 불세출의 거물, 왕초와 쓰루 말이다. 왕초는 2대 부총리(1964~67년)를 지낸 장기영의 별명이고, 쓰루는 4대 부총리 김학렬(69~72년)의 애칭이다. 쓰루는 그의 이름에 들어있는 새 학(鶴)자의 일본어 발음인데, 신간 <내 아버지의 꿈>(김정수 지음, 덴스토리 펴냄)의 주인공이다. 이 책은 말하자면 김학렬 이야기인데, 특이하게도 그의 아들이 썼다. 단 그저 그런 집안 얘기로 착각하면 큰일이다. 아들은 중앙일보 경제전문기자를 지낸 김정수(70)로, 그 전에 미 존스 홉킨스와 부르킹스연구소 등에서 배우고 일했으니 자격은 차고도 넘친다. 고려대에서 한국경제정책사를 강의하면서 우리경제의 뿌리 찾기에 더 관심을 가졌다고 하니 우리 기대는 더욱 커진다. 개발연대의 순교자 이참에 내 판단을 털어놓자. <내 아버지의 꿈>는 재무장관과 경제부총리를 역임하고도 타계 당시 49세였던 김학렬 전기인데, 기대치에는 못 미친다. 기대치란
"미쳤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감독 봉준호는 자기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 4관왕 타이틀을 기록하던 순간 그런 감격을 토해냈다. 국내 모든 언론도 그게 한국 영화는 물론 세계 영화사에 새 역사를 쓴 쾌거라고 한 목소리로 전한다. 과장이 아니다. 9일(현지 시각)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은 아카데미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국제장편영화상과 각본상 수상으로 4관왕에 올랐다. 미 아카데미상과 프랑스 칸영화제까지 휩쓴 것 역시 이례적이다. 아카데미가 오락성 상업성을 높이 쳐왔다면, 칸은 작품성을 주로 보는데 '기생충'은 둘 모두를 석권했다. 대표적인 해외 영화상이 이 작품의 작품성과 상업성의 측면에 함께 점수를 준 것이다. 영화 장르를 넘어 한국문화의 일대 승리라고 흥분하는 것도 이해 못할 게 아니다. 그러나 차제에 짚어볼 게 몇 개 있는데, 지난주 글에서 나는 이렇게 지적했다. "하지만 이건 한국문화의 자부심이 아니다. 그 정반대일 수 있다. 세계문화의 타락을 이 영화가 견인하고 있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다."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이 의아해할 것이다. 달궈진 쇠판이 너무 뜨거울 때 찬물
세상이 다 아는 봉준호 영화 '기생충'의 스토리는 이렇다. 블랙코미디이고 사회풍자라니까 그러려니 했던 걸 다시 더듬어보면, 그게 얼마나 뒤틀린 엽기인가를 확인할 수 있다. 20대 아들 딸을 포함해 부모까지 몽땅 백수인 송강호(기태 역)네 반지하집 가족이 스토리의 중심이다. 영화가 시작하면, 아들이 학력위조로 IT업체 박 사장 딸을 가르치는 과외교사로 들어간다. 그걸 계기로 운전기사(아빠), 가정부(엄마), 미술 교사(딸) 등 온 가족이 그 집에 사기취업에 성공한다. 그 전에 일하던 사람은 다 내쫓아냈는데, 알고 보니 그 집엔 묘한 비밀이 있었다. 전 가정부가 자기 남편을 박 사장 집 지하에 몰래 숨긴 채 부양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엽기적 설정이야 알레고리라니까 치자. 이 상황에서 송강호네와 전 가정부 부부는 주인이 없는 틈에 죽고 사는 밥그릇 싸움을 벌인다. 그 막장 스토리를 채 파악 못한 박 사장이 야외 파티를 벌이는 틈에 세 가족이 엉킨 무서운 싸움은 무려 4명이 죽는 연쇄살인극으로 치닫는다. 봉준호, 당신의 악마적 재능 송강호의 딸, 전 가정부와 그의 남편이 상대가 휘두른 칼과 완력에 차례로 죽는다. 그게 다가 아니다. 흥분한 송강호는 평소 자기 몸
감독 봉준호의 영화 '기생충'이 영국 아카데미 2관왕(각본상 등)에 이어 미국 아카데미상에 도전한다고 언론이 들썩인다. 미 영화계 최대 잔치인 미 아카데미상은 9일(현지 시간)에 열리는데, '기생충'은 이미 6개 부문 후보에 올랐으니 내친 김에 작품상·감독상까지 가자는 식이다. 한국영화가 미 아카데미상을 받는다면 영화 장르는 물론 우리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아니냐는 허장성세인데, 원로배우 신영균까지 나섰다. 그는 중앙일보에 연재하는 글에서 송강호·이병헌을 "한국영화를 이끄는 배우이자, 내가 아끼는 후배 연기자"라고 띄웠고,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을 고대한다고 밝혔다. 유감이지만 이런 분위기에 나는 전혀 동의 못한다. 내 생각을 밝히자면,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은 한국영화의 고질적 좌편향을 더욱 더 고질화시킬 것이고, 눈에 안 보이는 중차대한 문화전쟁을 촉발시킬 위험성도 배제 못한다. 그걸로 그치지 않는다. '기생충'은 다 죽어가는 한국경제에 또 한 번의 결정적 타격으로 작용할 것이다. 왜? 이 영화의 해악은 당신의 생각 이상이다. '기생충'은 한마디로 1917년 러시아소비에트혁명 이후 계급투쟁을 부추기는데 가장 거대하게 성공한 작품으로 봐야 한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이 설 연휴를 전후해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린 것으로 집계됐다. 개봉 5일째에 200만 관객을 돌파했는데, 이 속도는 1980년대를 다뤘던 영화 '1987'(723만 명 관람)이 개봉 6일째에 200만 관객 돌파 속도보다 빠르다고 한다. 홍보비 30억 원 이상을 썼고, 제작비는 200억 원을 넘기기 때문에 최소 500만 관객을 모아야 수지타산을 맞춘다고 하는데, 지금 분위기론 1000만 관객을 모으는 건 어렵지 않아 보인다. 작품이 좋아서가 아니다. 이런 영화에 입맛 길들여진 관객이 부나방처럼 몰려드는 구조 때문이다. 이들이 채 살피지 못하는 건 이게 철두철미 정치영화라는 실체다. 사실 1000만 관객이 들었던 한국영화 상당수는 대선이나 총선이 치러지는 해를 맞춰서 전략적으로 개봉되고, 그건 젊은이들 표 수백만을 끌어가기 위한 선전선동의 일환이었다. 그게 뭘 말해줄까? 영화판이 정치판보다 더하고, 작품 자체를 기획 상품으로 개발한다는 점이다. 병든 동아-조선의 지면 내 경우 '남산의 부장들'의 위험성을 내다보고 개봉일(22일)에 관람했는데, 그 다음 날 신문을 보고 정말 놀랐다. 동아의 경우 대기자(상무급) 김순덕이 칼럼에서 "정치적 성격
삼성 그룹과 그룹 내 계열사를 감시하는 막강 권한을 가진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 출범을 앞두고 기이한 상황이 연출됐다. 조중동을 포함한 메이저 언론은 이 사안을 일반 뉴스로 비중 있게 다룬데 비해 사설과 오피니언 쪽은 내내 침묵으로 일관했다. 못 본 척 일부러 외면한 것이다. 한겨레나 경향 등은 달랐다. 일반 뉴스로 다룬 것과 별도로 삼성을 보는 자기네들 입장을 콕 찍어 피력했다. 한겨레의 경우 10일 "삼성 준법위, 변화의 진정성 믿기엔 미흡하다"는 제목의 사설을 내보냈다. "감시위의 법적 실체와 권한이 불명확하고, 내부 정보 파악도 쉽지 않아 한계가 클 것"이라고 짚는 걸 잊지 않았다. 불법 경영권 승계 차단, 총수의 전횡을 막기 위한 지배구조 개선 등의 근본 대책은 아직 없다는 지적인데, 그런 비판적 태도는 경향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날 그 신문 사설은 삼성 준감위 가동은 '이재용 재판 방패'에 그칠 것이라며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몸통까지 내놓으라는 호랑이 좋다. 그런 게 아마도 문재인 정부를 포함한 좌파의 시선을 반영할텐데, 최근 상황을 비유하자면 이렇다. 삼성그룹이 깊은 산 고개를 넘다가 덜컥 호랑이를 만났다. 급할 김에 삼성은 팔뚝 하나를 베어서
"2015년 위안부 합의는 정치적 합의로, (때문에) 위안부 피해자들의 법적 지위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다." 지난 27일 헌재는 한일위안부 합의는 헌법소원 심판의 대상이 아니라고 결정했다. 민변과, 위안부 할머니 유족이 "위안부 합의가 위헌임을 확인해달라"고 헌법소원을 낸 지 3년 9개월여만의 늦깎이 결정이 그렇게 미적지근하고 모호하기 짝이 없다. 헌재의 이번 각하(却下) 결정이 구체적으로 무얼 뜻할까? 그리고 한일관계 앞날엔 어떤 파장을 낳을 것인가? 이 칼럼은 심판 청구 각하가 왜 어물쩡 미봉책에 불과한지, 그게 끝내 헌재 발(發) 국가위기를 낳고 한일관계를 어렵게 할 지에 대한 전망을 일문일답 형태로 정리했다. -각하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설명해 달라. "각하는 소송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으니 본안(本案) 자체에 대한 심판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즉 헌재는 꾀를 낸 것이다. 2015년 박근혜 정부가 위안부 합의를 한 것이 위헌이라고 판결해 문재인 정부와 좌파를 만족시키는 것을 경계한 것은 일단 좋다. 단 '위헌이 아니다'라고 결정했을 경우 또 다른 반발이 두려우니 헌재가 몸을 사린 것이다." -그것도 전원일치 각하인데, 그건 2017년 박근혜 대
전북 정읍시가 내년부터 동학란 관련자 유족에게 월 10만원 수당을 지급한다는 소식에 마뜩치 않은 이들이 대부분이다. 너무도 우습기 때문이다. 2004년 제정된 특별법에 따라 유족을 발굴해온 결과이고, 문체부 위탁을 받은 동학관련 재단에서 이 사업을 진행한다는데, 이참에 물어보자. 그렇게 한다고 1894년 동학란 발상지의 명예가 높아질까? 그들이 말하는 유족 복지 향상이 이뤄질까? 다른 의문도 수두룩한데, 유족 선정과정부터 그렇다. 월 10만 원 수당 지급은 신청일 현재 정읍시에 주민등록이 돼 있고 동학운동 참여자의 자녀·손자녀·증손자녀가 대상이고, 그런 기준에 따라 현재 1만 명 후손에 대해 등록을 마쳤단다. 문제는 당시 참가자들이 노비나 소작농이었을텐데 성도 족보도 없었으리라. 그렇다면 무슨 수로 후손임을 증명했단 말인가? 불투명한 그 과정부터 꺼림칙하다. 그 근본적으론 120년 전 그 사건이 근현대사에 어떤 기여를 했다는 것인지조차 모호하다. 동학운동은 혁명도 근대 정치운동도 아닌 존왕양이(尊王洋夷)의 반동적 성격을 피할 수 없다. 그런데도 마구집이 역사 인식 아래 정부가 월 수당을 후손에게 덜컥 지급한다? 사실 증·고조부의 행적을 아는 후손이 있다는 것
신간 <한강의 기적을 세계로 대동강으로>(좌승희·이태규 공저, 기파랑 펴냄) 서평에서 시장 만능주의의 주류경제학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한 바 있다. 그와 달리 "시장도 중요하지만, 정부도 중요하며 나아가 시장을 확대하는 기업의 역할이 중요"(19쪽)하다는 게 신간의 입장이고, 그래서 시장-정부-기업의 삼위일체 경제론이라고 언급했다. 저자의 말대로 자본주의를 막연하게 시장경제라고 말하지 말고, 이젠 기업경제라고 명명하자는 제안에 나는 전폭 지지한다. 책에 얼핏 소개되는 '포춘'지 선정 세계 500대 기업을 유심히 보라. 남미를 통틀어 500대 대기업은 10개 남짓이다. 숫자도 미미하지만 대부분 정유회사다. 기술력을 가진 제조회사는 없다는 뜻인데, 아프리카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럼 우리나라 500대 기업은 몇 개일까? 당당 16개다. 삼성전자(글로벌 순위 15위), SK홀딩스(73위), 현대차(94위)를 포함해 SK하이닉스, LG전자, 포스코, 한전, GS칼텍스, 현대모비스 등이 득시글거린다. 사실 그 나라에 500대 기업이 몇 개인가가 곧 그 나라 경제규모를 말해준다. 제 정신이 아닌 우리 랭킹으로 보면 미국, 중국이 1,2위를 다투고 일본, 프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