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석 목사 | 한장총이슬람대책위원장
지난 8월 15일,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이슬람무장단체 탈레반이 수도로 쳐들어오자마자 항복하고 대통령이 외국으로 망명하는 충격적인 사태가 발생했다. 그러나 사실상 이것은 이미 예상된 일이었다. 전문가들은 아프간에서 미군이 철수하면 6개월 내에 탈레반에 점령당할 것이라고 내다
봤지만, 예상보다 더 빨리, 심지어 미군이 완전히철수하기도 전에 사태가 발생한 것뿐이다. 지난 4월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2021년 9월 11일까지 철수하겠다고 발표했다. 9.11 테러 20주년에 맞추겠다는 의도였는데, 실제로 미군의 철수는 이보다 앞서 실행되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한때 10만 이상의 미군과 나토군이 주둔하며 아프가니스탄의 평화를 위해 20년간 탈레반 반군과 싸워왔던 바그람 공군기지의 전기와 상수도 공급이 2021년 7월 2일 갑자기 끊겼다. 미군 철수 후 바그람 공군기지를 책임지고 관리하게 된 아프간 사령관 미르 아사둘라 코히스타니 장군도 아침 7시가 되어서야 미군이 기지에서 완전히 철수한 것을 알았다고 한다. 바그람 공군기지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미군과 나토군의 핵심부 역할을 했으며, 평소 민간인과 미군 12만 명 정도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소도시 정도의 규모였다. 철수 하루 전날에도 두 개의 활주로에는 수시로 비행기가 들락거리며 정상 가동되었다고 한다.

미군이 급히 철수하면서 남기고 간 물품 목록은 무려 350만 개나 되는데 그중에는 수천 대의 차량과 수백 대의 병사 이동용 버스도 포함되었다고 한다. 기지의 외곽 경비를 책임지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현지군에게조차 통보하지 않은 채 떠났는데, 전기가 끊어진 것을 철수 신호로 보고 미군의 철수를 확신한 약탈꾼들이 정부군보다 먼저 들어와 건물과 천막들을 휘젓고 다니며 물건들을 약탈했다고 한다. (조선일보 2021.7.6.)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했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엄격한 이슬람 율법으로 다스리는 원리주의 이슬람국가가 탄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아프가니스탄은 이미 탈레반의 통치를 경험한 적이 있다. 그때의 일을 떠올리고 싶지 않은 사람이 많을 것이다. 특히 여성들의 인권이 심각하게 탄압을 받았다. 여성들은 10대 어린 소녀를 포함해서 탈레반 전사들과 강제 결혼을 당하고, 직업을 갖거나 공부를 할 수도 없다. 남성 없이 혼자서 외출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았다. 온몸과 얼굴까지 가리는 부르카 외에 입고 싶은 옷을 선택할 수도 없다. 규칙을 어기면 탈레반에게 구타를 당하고, 공개 처형을 당했다. 여성은 오직 가정에서 남편의 시중을 들고 살림을 하고 아이들 돌보는 것만 허용될 뿐이었다.

탈레반과 관련해서 가장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 것은 15세 때 탈레반에게 총탄을 맞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말랄라 유수프자이 사건이다. 아버지 지아웃딘 유수프자이는 파키스탄에서 학교를 운영하면서 여성들도 더 나은 삶을 위해 공부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리며 실천하는 사람이었다. 어느 날 말랄라 유수프자이가 통학 버스를 타려고 하는데 한 남자가 오더니 말랄라가 누구냐고 물었다. 말랄라가 “전데요”라고 대답하는 순간 권총을 꺼내서 그녀의 이마와 얼굴과 어깨에 3발의 총을 쏘고 달아났다. 범인은 탈레반 조직원이었고, 그 지역은 파키스탄에 속하지만 탈레반이 장악하고 있는 곳이었다. 말랄라가 저지른 잘못이란 여자가 공부하러 학교에 간다는 것이 전부였다
다행히도 말랄라는 병원으로 급송되었고, 영국에서 고난도 수술과 재활치료를 통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녀는 “여성도 공부할 권리가 있다. 만일 모든 여성들이 공부할 수 있다면 이런 끔찍한 일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라며 탈레반의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공부를 계속할 것을 천명했다. 이 사건은 전 세계를 울렸고 그녀는 17세의 나이에 최연소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되었다.
여성이 교육받으면 안 된다는 말은 꾸란에 기록되어 있지 않다.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은 여성의 교육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집에서 남편에게 배우라는 것이다. 교육은 꾸란 교육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교육을 명분으로 남녀가 섞이는 것을 반대하며, 교육을 받으면 취직을 하고 싶어지고 여성들이 사회활동을 하게 되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무함마드가 자신의 아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기 때문에 21세기의 여성들도 집에 머물러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인간의 모든 삶은 무함마드를 본받아야 한다는 이슬람의 율법 우스와 하사나(Uswa Hassana)를 따른다. 그래서 탈레반이 집권하는 곳에서는 여성들이 외출했다가 탈레반의 눈에 띄면 길거리에서 회초리를 맞아야 했다.
그런데 그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전국을 장악하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미국과 나토와 국제사회는 지난 20년간 아프간의 민주주의를 지원하며 인권이 존중되는 사회를 만들어 보려고 했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 주민들은 그 많은 투자와 노력을 남의 일 보듯 했다. 서방세계는 탈레반의 실제 병력을 모두 합하여 20만 정도로 보고, 아프간에 30만의 군인을 양성한다면 자신들을 지켜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서방세계의 생각은 틀렸다. 왜냐하면 아프간 군대가 30만 명분의 급여를 타갔지만, 실제 병력은 6만 정도밖에 안 되고 나머지는 허위로 작성된 명단이었다는 것이다. 아프간 병사들에게 준 무기들이 탈레반에게 넘어가는 것은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장차 언젠가는 탈레반이 정권을 잡게 될 것이기 때문에 가족 중의 한 사람 정도는 탈레반에 가입하는 경우도 있으며, 낮에는 정부군에 종사하고 밤에는 탈레반에 협조하는 사람들이 누군지 알아낼 수 있는 방법도 없고, 알아도 말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미국 대통령은 그들의 나라를 지켜내는데 외부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그들의 나라는 그들이 지켜야 한다”고 선언했다. 그래서 미군 철수가 가시화되자 아프가니스탄을 지켜야 할 병사들은 싸워보지도 않고 탈레반에 손들고 항복하는 현상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은 돈을 차에 싣고 먼저 해외로 달아나면서 “내가 도피하는 것은 혼자 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생명을 보호하고 도시의 파괴를 막는 길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쯤 되자 탈레반의 공포정치를 피해 외국으로 탈출하려는 사람들로 인해 카불 공항은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다. 항공기 안에 자리가 없어 미처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이 심지어는 항공기 외부에 매달리기도 했다. 비행기가 이륙하자마자 몇 분 안에 공중에서 사람들이 추락하는 것을 목도하는 사람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최대 150명이 탑승했던 화물 수송기에 640여 명이 밀고 들어가 구조된 경우도 있었다. 의자도 없이 바닥에 수백 명씩 포개져서 앉아있는 사진을 보니 6.25 때 흥남 부두에서의 사진 한 장이 떠오른다.

1만여 명의 병력으로 12만 명의 중공군을 막아내며 철수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승선 인원 60명의 매러디스 빅토리호가 화물과 무기를 내려놓고 승선 인원의 200배나 되는 피난민을 싣고 철수하던 눈물겨운 장면이다.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은 한 번 정권을 잡아 국가를 운영해 봤던 집단이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여론을 의식했던지 자신들은 인권을 존중할 것이며 평화로운 정권교체와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정부 구성을 하겠다고 천명했다. 여성 인권을 존중할 것이고,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를 꼭 착용할 필요가 없으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 평화로운 생활을 보호하겠다고 반복해서 약속했다.
탈레반 대변인 수하일 샤힌은 BBC와의 생방송 인터뷰를 통해서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하더라도 평화는 이어질 것이며, 아프가니스탄 모든 국민의 재산과 삶과 안전을 보장하고 누구에게도 복수를 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자신들은 국민의 하인일 뿐이라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앵커는 “범죄자에 대한 투석형, 사지절단형, 공개 교수형을 다시 도입할 것이냐?”고 질문했고, 대변인은 “당장은 말할 수 없다”며 “그것은 법원의 판사들과 법에 달려있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그는 아프가니스탄에 ‘샤리아’ 법이 부활할 것이라고 했다. ‘샤리아’법이란 과거 탈레반이 아프간을 통치할 때 적용했던 이슬람 율법을 말하는 것이다. (매일경제 2021.8.17.) 결국 과거 5년 동안의 공포정치를 다시 시행하겠다는 말과 무엇이 다른가?

자리파 가파리(29)는 아프가니스탄 최초의 최연소 여성 시장으로, BBC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의 명단에 올랐다. 교육받은 여성으로서 정치적인 영향력이 있고 거침없이 말하는, 탈레반이 가장 싫어하는 여성의 모습이다. 아프가니스탄이 탈레반에 항복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녀는 “그들(탈레반)은 나 같은 사람을 찾아서 죽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어디로 갈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이후 가파리의 소식은 끊겼다고 한다.(조선일보 2021.8.18.) 한 영국 일간지에 따르면 이전에도 탈레반은 이미 그의 생명을 빼앗기 위해 최소 3번 이상 시도했다. 그를 죽이는 데 실패하자 2020년 11월 15일에 그의 아버지의 생명을 빼앗았다. 탈레반은 정치적 영향력이 있는 여성 인사들을 살해하겠다고 과거 되풀이해 밝힌 바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정세는 불안하고 탈레반의 공격은 계속되는데 20년간의 전쟁에 지친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미국은 20년 동안 약 1조 달러 이상의 재정을 아프가니스탄에 쏟아부었으며 2천4백여 명이 전사했고 2만 여 명이 부상을 당하는 것을 감수하면서 싸웠다. 좋은 결과를 장담할 수 없게 되자 자국민들의 안전한 철수를 목표로 발을 빼려는 것이다.
미군이 철수하면 탈레반이 장악하게 될 것을 미리 알고 있었던 미국이 왜 철군을 강행한 것일까? 현재 미국이 당면한 최대의 적은 중국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은 넓은 땅과 14억 1100만명의 인구를 보유한 세계 최대 인구 대국이며 경제적으로도 세계 2위 국가로 이미 도약했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소위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서 미국을 밀어내고 세계의 패권을 거머쥐기 위해서 몸부림을 치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소모전을 멈추고 중국과의 전쟁에 힘을 모으겠다는 속셈을 보인 것이라 생각된다.
중국 역시 미군이 떠나면 아프가니스탄의 안정을 위해서 평화유지군을 파견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중국이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이슬람 자치구인 신장 위구르족의 독립을 막는 일일 것이다. 중국은 탈레반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도로 건설과 중앙아시아와 연결하는 석유 가스관 설치 등 경제적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중국은 신장성에 위구르족의 독립을 막기 위해서 이슬람을 가혹할 정도로 탄압하고 있다. 약 8,500여 개의 모스크를 파괴했고 모스크를 화장실로 개조하는가 하면 아랍어 간판들을 철거하고 모스크 첨탑들을 제거하는 등 무슬림들의 분노를 자극하고 있다. 알 카에다는 이미 오래 전에 중국을 향한 지하드를 선포했다.
중국에 이슬람국가를 세우려 하는 세력은 동투르키스탄이슬람운동(ETIM)이다. 미국 영국 등 여러 나라에서 테러단체로 등록되어 활동이 제한적이지만 작년 말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직을 내려놓기 전에 ETIM을 테러단체 명단에서 지워주었다. 간접적인 중국 압박 작전으로 보인다. 이제 그들이 중국을 공격한다 해도 이는 중국의 이슬람 탄압에 대한 정당방위로 보겠다는 것이다. 만일 중국이 탈레반을 달래서 당근을 주고 아프가니스탄에 평화유지군으로 거점을 확보한다고 해도 중국 본토에서 위구르족의 이슬람을 계속 탄압한다면 무슬림들의 분노로 오히려 역풍을 맞게 될 수 있다. ETIM은 최근까지 두드러진 활동을 못했지만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정권을 확고하게 구축하게 되면 세력을 결집하여 본격적으로 활동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도 일단 카불 입성에 성공했고 평화로운 정권이양을 합의한 만큼 당분간 무력 사용을 자제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며 국제적 공인을 받는 것에 우선순위를 둘 것이 예상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체제가 정착되어 국제적으로 정상 국가로 인정을 받게 되면 사우디아라비아나 IS처럼 이슬람 교리를 철저히 적용하는 원리주의를 실천할 것이다. 중국도 이를 우려하여 탈레반과 협상을 통해서 상호 내부 문제에 대해서는 간여하지 않기로 못을 박기는 했지만, 중국의 위구르족 무슬림 탄압을 중국의 내부 문제로만 보고 강 건너 불 구경하듯 방관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을 통해서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로 통치받는 것이 얼마나 소름끼치는 일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봤으면 한다. 이승만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건국하고 미국과의 군사동맹을 맺어 놓은 이유는 먼 미래를 내다보고 후손들이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하려는 선견지명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분별없는 사람들이 미군 철수를 외치고 있지만, 북한의 호전적인 태도로 볼 때 만일 우리나라도 미군이 철수한다면 아프가니스탄보다 상황이 나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공산주의나 이슬람은 성령의 역사가 아닌 다른 영의 역사라는 것을 교회가 분별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제발 공산주의나 이슬람의 위험성을 직시하고 국가의 장래와 후손들의 행복을 위해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 이만석
예장통합 총회 파송 선교사로 20년간 이란에서 사역하였고, 귀국 후에는 한국이란인교회를 설립하였다. 한장총 이슬람대책위원장, 한교연 이슬람대책연구원장, 예장통합 총회 이슬람대책위 전문위원, 무슬림선교훈련원장 등으로 일하며 한국교회에 이슬람의 실체를 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