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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낙태의 의료윤리와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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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희제 회장 | MD, 프로라이프의사회

 

1. 임신은 자연스런 일이다


임신을 하게 되면 엄마의 자궁에 들어선 수정란이 배아-태아의 시기를 거쳐서 점차 인간의 모습으로 성장하고 만삭이 되면 우리와 같은 모습으로 태어난다. 임신은 이렇듯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자연적인 일은 자연이 가는 과정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 순리이다.

 

 

그런데 자연적인 일에 인공적인 것이 개입되면 문제가 발생한다. 그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자연적인 것을 자연적인 방식으로 해결하면 대부분 모든 것이 물 흐르듯 별 문제 없이 원래의 상태로 회복된다. 이것이 자연의 힘이자 위대함이다. 임신과 출산이 그러하다.

 

2. 낙태는 인공적인 개입이다


낙태는 정상적으로 잘 있는 자궁 속 태아와 그 부속물들을 인공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자궁 밖으로 억지로 배출시켜서 임신 상태를 끝장내는 행위이다. 따라서 이런 방식은 문제를 해결하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오히려 새로운 문제가 시작되는 출발점이 된다.

 

인공적인 개입은 원래의 모습으로 회복되기는커녕, 생각지 못했던 합병증이나 후유증으로 고통과 후회의 시간이 시작된다. 누가 낙태를 여성의 권리라고, 낙태를 하면 행복해진다고 말하는가?

 

3. 낙태로 인해 자궁 속 태아는 죽음을 맞이한다


낙태를 하게 되면 자궁 속 태아를 살릴 방도는 없다. 당연히 태아는 죽는다. 사실 낙태의 가장 큰 목적이 원치 않는 임신, 즉 원치 않는 아기가 들어선 상황을 없애는 것이다. 이를 부인할 사람은 없다. 임산부 본인이 낙태수술 받기를 원하여 스스로 병원으로 찾아가서 수술대에 오른다. 낙태수술을 받으면 지금의 원치 않은 상황이 사라지고, 모든 것이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면서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한다. 또 누군가에게 그런 얘기를 듣는다.

 

그러나 과연 낙태를 한 후에 몸과 마음이 이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을까? 만약 낙태수술을 받았으나 행복해지지도 않을 뿐더러, 낙태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땅을 치고 후회한들 이미 늦은 후이다. 자기의 뱃속 아기를 없애고 나서 마음이 편한 엄마가 과연 있을까?

 

 

4. 낙태로 인해 여성의 몸과 마음은 상처를 받는다


자연적인 임신의 과정에서 파괴적인 낙태수술이 개입하게 되면, 태아의 생명을 없앨 뿐만 아니라 여성(산모)의 몸과 마음에도 깊은 상처를 남긴다. 아무리 간단한 의료적 처치나 시술이라 하더라도 부작용의 위험은 항상 따르게 마련인데, 하물며 위험한 낙태수술에서야 더 말 할 나위가 없다. 낙태수술이라는 것이 결코 만만한 시술이 아니다. 왜냐하면 낙태는 살아있는 아기를 수술로 제거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는 죽어있는 아기를 산모의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유산수술과는 차원이 다르다. 수술방법은 거의 똑같지만 그 과정과 결과는 매우 다르다는 말이다.

 

산모의 몸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살아있는 제 아기를 끝까지 잡고서 놓아주지 않는다. 이는 여성으로서, 모체로서의 본능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수술 도구를 마구 사용하여 아기를 무리하게 빼내려 했다가는 반드시 문제가 발생한다. 누가 낙태수술을 안전한 수술이라고 말했던가? 낙태 후에 신체적 문제들뿐 아니라, 특히 정신적인 트라우마는 오랫동안 여성을 괴롭힌다. 죄책감, 우울감, 후회감이 발생하며, 심해지면 대인기피증, 자기혐오, 자살시도 등이 뒤따를 수 있다.

 

기본적으로 낙태는 자기 자신의 아기를 없애는 행위이므로, 산모의 마음에 상처가 없을 수 없다. 설령 확고한 여성주의적 믿음으로 스스로 원해서 낙태를 받은 여성들에게도 예외 없이 정신적, 심리적 후유증이 발생했다는 보고는 이를 뒷받침 한다. 이렇듯 낙태는 과정이나 결과가 결코 수월치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5. 태아는 인간 생명인가?


태아는 과연 인간인가? 아니면 단지 엄마 몸의 세포덩이에 불과한가? 결론부터 말하면 태아는 물론이고, 수정란과 배아 역시 한 인간 생명이다. 이에 대한 과학적 증거는 차고 넘친다. 그런데도 급진 여성주의자들과 낙태옹호론자들은 태아는 인간이 아니며, 엄마 몸의 일부라는 비과학적, 비논리적 주장을 거듭하고 있고, 더구나 이 주제에 대한 법률적 견해와 정치적 주장이 교묘히 개입되면서, 태아는 엄연한 한 인간 생명이라는 객관적인 진실을 덮어 버리고 있다. 이는 분명한 왜곡이자 오류이다. 저들의 실체는 여성의 인권을 위하기보다는 정치적 목적의 달성이 최우선 목표임을 알아야 한다.


인간 생명을 어찌 법률적 해석과 편의적 기준에 의해 평가할 수 있는가? 이런 궤변과 무지가 여전히 통하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이해하기 힘들다. ‘여성의 인권’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을 앞세우므로 많은 이들이 저들의 기만술에 넘어갔지만, 애시 당초 저들은 태아의 생명권을 인정하지 않은 채, 그 위에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이라는 사상누각을 세운 꼴이므로 저들의 논리에는 뿌리가 없고 타당성이 결여된다.


어찌 여성(산모)과 아기(태아)를 분리할 수 있는가? 이 둘은 공생 관계이자 떼려야 뗄 수 없는 한 몸이다. 이 둘은 서로 미워하거나 적대시하지 않으며, 오히려 서로가 의지하고 보듬어 주는 사랑의 관계이다. 여성과 아기가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 아름다운 것이다. 그러므로 어느 쪽 하나를 희생시켜서 다른 쪽 하나를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발상은 매우 비합리적이며 몰상식하다.

 

6. 태아가 인간임을 확인하는 데에 어떠한 증거가 더 필요한가?


작년 헌재 판결에서 낙태 가능한 시기를 임신 22주까지로 명시하였는데, 이에 대한 판단 근거는 아기가 태어난 후의 생존 가능성 여부였다. 그러나 왜 꼭 생존 가능성만이 판단의 기준이 되어야 할까? 이외의 다른 합당한 근거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예를 들어서 태아가 통증을 느낄 때, 또는 태아가 독자적으로 움직일 때, 또는 태아가 외부자극에 반응할 때, 또는 태아의 심장박동이 확인될 때 등이 모두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누가 무엇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다시 말해서 지금의 판단 기준의 문제점은 인간의 편의에 따라 만든 잣대에 맞춰서 태아의 생사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인간의 잣대는 상황에 따라서 혹은 보는 관점에 따라서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의 생명을 규명하는 데에 있어서 과학적 사실 하나면 충분한 것이고, 여기에 법률적 해석이나 정치적 의도 같은 다른 것들이 개입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한 때 엄마 뱃속에서 태아였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7. 낙태시술은 의사의 본분에 어긋나는 일일까?


의사들은 왜 낙태수술을 하는가? 환자(임산부, 남편 또는 보호자)가 요청을 하므로 진료 거부를 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낙태시술을 하는 것일까? 과연 낙태의 거부가 진료 거부의 영역에 속하는 것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존재하는가?


혹시 임신이 병적인 상태라서 치료를 목적으로 낙태수술을 행하는 것일까? 그러나 임신은 남녀가 사랑하여 성관계를 하면 일어나는 지극히 자연스런 현상이고, 이를 어느 누구도 질병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왜 많은 산부인과 의사들은 낙태시술을 하는가?

 

‘의료’의 말뜻을 살펴보면 ‘의술로 병을 고침, 또는 그런 일’로 되어 있다. 병을 고치고 생명을 살리는 일이 의사의 본분이라면 과연 낙태시술은 이에 부합하는 것일까? 아닐까? 이에 대한 답은 명약관화하다. 소위 과학을 한다는 의사들이 태아 생명의 존재가치를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고, 아무리 보아도 낙태를 의사 본분에 맞는 윤리적 의료행위로 볼 수는 없다.

 

8. 그런데도 왜, 굳이 의사들은 낙태시술을 하는가?


의사가 낙태시술을 포함한 모든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서 그 판단의 기준이 무엇인가? 당연히 의학적 판단이다. 다른 것은 여기에 끼어들 까닭이 없다. 그러나 현실은 우리 생각과 많이 다르다. 많은 의사들이 의학적 판단보다는 사회경제적 판단을 하면서 낙태를 결정한다. 아무런 의학적 사유가 없어도 단지 산모나 보호자가 원하면 대부분 낙태수술을 서슴없이 시행해 준다. 왜일까?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낙태는 보험에서 제외된 비급여 시술이다. 따라서 초기 낙태수술비가 적게는 6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 이상의 시술비를 환자들에게 받는다. 현행 산부인과 진료수가 체계가 여전히 불만족스러운 상황에서, 낙태시술은 분명 훌륭한 돈벌이 수단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우리나라 의료보험제도가 열악하여 병원운영이 힘들다 하더라도, 생명을 살려야 하는 의사의 도리로서 멀쩡한 생명을 없애가면서 돈벌이를 하는 것은 지극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따라서 낙태=돈벌이의 등식을 깨버려야만 우리에게도, 의사들에게도 희망이 있다.

 

9. 낙태수술의 보험 급여화가 정답이다


국가가 법으로 정하여 낙태를 허용한 상태라면, 당연히 낙태수술 역시 보험 급여화를 하는 것이 옳다. 또한 보험 급여화가 되면 이에 대한 의무기록도 일정기간 보관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유산수술에만 보험이 적용되어 왔지만, 이제는 낙태수술에도 의료보험을 적용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여성주의 일각에서는 낙태로의 접근을 용이하게 하면 낙태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이유로 의료 급여화에 반대하고 있지만, 이미 법으로 낙태 합법화가 되어버린 상황에서는 이런 말들은 쓸 데 없는 헛소리에 불과하다.


저들이 진정으로 낙태를 줄이려 했다면 당연히, 낙태의 합법화를 반대하고 낙태죄를 유지하도록 노력했어야 했다. 그런데 낙태를 전면 허용하라거나 낙태죄를 폐지해야 한다고 극렬히 외치던 자들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은 정말 콧방귀만 나오는 위선적 행동이다. 도대체 낙태수술을 비보험으로 비싸게 유지해서 무슨 공익적 효과를 얻겠다는 것인가? 이는 진짜로 낙태를 힘들게 만들어서 낙태건수를 줄여 보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낙태죄도 없어졌으니 이제는 낙태로 돈벌이까지 하겠다는 이기심과 탐욕으로 보일 뿐이다. 속과 겉이 다른 그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10. 낙태죄가 전면 폐지되고 낙태가 합법화되면 여성의 인권이 오롯이 지켜질 수 있을까?


전혀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낙태를 원치 않는 임산부라도 주위의 급진 여성주의자들과 낙태찬성론자들의 손에 이끌려 본인의 의지와는 반대로, 낙태를 강요당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저들이 선동하던 내용과는 달리, 여성인권의 말살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남성들에게는 천국과 같은 세상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피임도 여성들이 다 알아서 하고, 원치 않은 임신이 되더라도 여성들이 알아서 다 해결할 것이니, 남성들은 앉아서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도 아무런 책임을 질 필요가 없는 세상이 열리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남성들이 오래 전부터 꿈꾸어 왔던 세상이 되는 것이고, 여성들이 그다지도 혐오하던 새로운 ‘남성우월주의 세상’이 오는 것이다.

 

[대안]
1. 태아의 생명을 살리는 방향으로 낙태법을 개정한다
: 사전상담제 및 숙려기간의 의무화 / 상담은 태아를 살리는 목적으로 시행할 것

 

2. 여성의 건강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낙태법을 개정한다
: 낙태 허용주수를 최대한 낮추어서 여성의 건강권 및 재생산권을 보호할 것

 

3. 총 낙태건수를 줄이는 방향으로 낙태법을 개정한다
: 낙태시술소 허가를 최소화시키고, 시술의사의 자격요건 강화시킬 것

 

4. 낙태죄는 반드시 존치시켜야 한다
: 범법한 경우에는 강력한 처벌을 규정한 낙태법으로 개정할 것

 

5. 남성 책임법을 보다 강화시켜야 한다
: 필요 시 남성에게 사회적, 경제적, 법률적 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할 것

 

6. 낙태 사유에 사회경제적 사유는 수용하지 않는다

 

7. 의사를 포함한 의료인들의 낙태 거부권을 인정한다
: 거부권에는 수술 거부, 진료 거부, 알선 거부, 소개 거부 모두를 포함할 것

 

8. 미혼모와 한부모가정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금지하고, 실질적인 경제 지원을 할 것

 

9. 생명교육, 윤리교육을 포함한 초중고교 성교육 지침서를 만들어서 교육해야 한다
: 지금과 같은 실제 성행위나 피임 방법에 대한 교육을 그만 두고, 생명·윤리 교육을 우선적으로 시행하고, 이후에 왜곡된 상황들에 대한 수용·이해 교육을 실시할 것

 

10. 출산친화적인 정책을 만들어서 정부 및 민간기업에서 임산부에 대한 근로조건 개선, 출산휴가 확대, 어린이집 시설을 만 3세 이상 어린이들에게 제공할 것

 

 

* 차희제
산부인과 전문의 / 프로라이프 의사회 회장 / 프로라이프 연합회 공동의장
생명대행진 코리아 조직위원장 /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 외래교수 / 지평 차빛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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