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Ⅰ. 문제의 제기
그동안 북한은 한국의 대통령 선거(대선)와 국회의원 선거(총선) 등 권력 교체기나 주요 정치일정 때마다 각종의 선거공작 혹은 선거투쟁전술을 정교하게 구사해 왔다. 선거공작은 남조선 혁명의 여건 조성 차원에서 한국의 정치적 지평을 북한에 유리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서 북한이 전개하는 ‘대남 정치공작’의 대표적인 유형의 하나이다. 이 같은 행태는 이번 제21대 총선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나고 있다.
대남 선거공작은 통일전선부, 정찰총국, 225국(대외연락부), 대남혁명 전위대인 반제민전, 대남선동 인터넷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 등을 통해 실행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북한의 선거공작 내지 선거투쟁전술은 합법투쟁전술인 민주연합전술, 반(半)합법투쟁전술인 친북프락션전술, 비합법투쟁전술인 선거방해전술 등으로 대별된다.

이러한 전술을 구사하는 과정에서 북한은 직접 대남 (적대적) 선전선동을 하거나 또는 남한 내 친북세력을 사주하여 특정 정파를 비방·부정·배제 또는 특정 정파의 후보자에게 투표하지 말도록 유도·권유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최근 선거공작은 오프라인에서의 선전선동 문건뿐만 아니라 인터넷, 카톡, 페이스북 등 SNS를 활용해서 치밀하게 실행되고 있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하에서는 한국에서의 21대 총선을 앞두고 북한이 전개하는 대남 선거공작의 위법성을 검토하고 바람직한 대응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Ⅱ. 북한 선거공작의 위법성
1. 일반국제법 위반
가. 유엔 헌장 제2조 7항의 ‘국내문제 불간섭 의무’ 위반
남북한은 분단국으로서 상호 간의 관계는 ‘국제관계’가 아니라 ‘비국제적 특수관계’를 형성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한은 모두 유엔 회원국으로서 상호 간의 관계에서 유엔 헌장 등 국제법의 ‘핵심적 규범’을 구성하는 일반국제법이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 유엔 등 국제기구는 물론 대다수 국가의 입장이며, 절대다수의 국제법학자들도 이에 동의하고 있다.
이 점에서 북한은 한국과의 관계에서 유엔 헌장 제2조 7항에 명시된 ‘국내문제 불간섭의 의무(국제관습법으로 확립)’를 진다. 국내문제는 ‘내정’(대내적 사항, domestic affairs 또는 internal affairs)과 ‘외교’(대외적 사항, foreign affairs 또는 external affairs)로 대별된다.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개입해 한국 내의 정치적 지평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한 선거공작은 대한민국의 ‘국내문제’, 특히 ‘내정’에 간섭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자유민주 체제를 전복하려는 불순한 기도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그러한 행위는 유엔 헌장 제2조 7항이자 일반국제관습법상의 국내문제 불간섭 의무에 대한 중대한 위반을 구성한다.
나. 일반국제법상 적대적 선전선동 금지 의무 및 정치적 독립 존중 의무 위반
전통적으로 국제관계에서 방송·전단 등에 의한 적대적 성격의 선전선동 행위는 ‘비우호적인 행위’로 간주되기는 하였지만, 이를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실정 국제법규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내란 선동이나 상대방 체제를 전복·와해할 목적으로 또는 불법적인 방법으로 자국의 이익 추구를 위해 수행하는 적대적 성격의 선전선동 등의 행위는 ‘불법적인 내정간섭’이나 국가의 ‘독립권 내지 정치적 자결권 침해’에 해당하며, 1981년 이후 국가간 적대적 선전을 금지하는 국제법원칙이 확립되고 있다.
1981년 12월 9일 유엔 총회 결의 제2832호로 채택된 ‘국가의 국내문제에 대한 간섭 및 개입의 불허용 선언’ 제2조 Ⅰ(a)호와 동조 Ⅱ(a)호, (b)호 및 (j)호는 불간섭 및 불개입 원칙은 타국의 주권, 정치적 독립, 국가적 안전에 대한 권리 보호와 함께 타국을 전복하거나 정치체제를 변경하기 위해 힘의 사용이나 위협을 하지 않을 의무, 타국의 주권 및 정치적 독립을 침해하는 방법으로 자국의 영토를 사용하지 않을 의무, 타국의 ‘대내적 사항’에 간섭할 목적으로 비방·중상하거나 적대적 선전을 하지 않을 의무를 포함한다고 밝히고 있다.
전술한 바와 같이 북한의 대남 선거공작, 특히 불법적인 선거투쟁의 선전선동은 대남혁명 전략의 일환으로 수행하는 것으로서 종국적으로는 우리의 자유민주 체제를 전복하려는 기도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선거투쟁 전술의 구체적 수단으로, 대한민국의 합법정당을 매도·부정하거나 공당의 대표 등 정치지도자를 비방·중상하는 방법으로 우리의 국내 정치시스템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좌지우지하려는 행위로서, ‘독립권 혹은 정치적 자결권 침해’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국가 간 정치적 독립을 침해·훼손하는 불법간섭행위(적대적 선전선동 포함) 금지에 관한 일반국제법 원칙 위반, 불법행위를 하기 위해 자국 영토를 사용하지 않을 의무와 그러한 행위를 사전에 상당한 주의를 다해 방지할 국제법(특히 국가책임법)상의 의무 등에 저촉된다고 할 것이다. 나아가 다양한 형태의 선거공작·선거투쟁 지령, 이의 선전선동에 의한 북한의 한국 내 선거 개입은 ‘불법적인 정치적 간섭’으로서 ‘국가간 우호관계 및 협력에 관한 국제법원칙선언’의 중대한 위반이라고 볼 수 있다.
2. 주요 남북합의서 위반
가. 남북기본합의서 제1조 내지 제4조 위반
북한의 대남 선거공작, 특히 각종의 선거투쟁 기획·조직·지시·고무·선전선동 등에 의한 북한의 한국 내 선거개입은 내부문제 간섭을 금지한 1992년 2월 19일 발효한 「남북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약칭 남북기본합의서)」 제2조 “남과 북은 상대방의 내부문제에 간섭하지 아니한다.”는 조항을 위반하는 것이다.
대남 선거공작 진행 과정에서 북한의 언론․방송매체가 한국의 주요 정당을 매도·부정하고 우리의 정치지도자들을 악의적으로 비난·비방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바, 이 같은 행위는 남북기본합의서 제1조 “남과 북은 서로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와 제3조 “남과 북은 상대방에 대한 비방·중상을 하지 아니한다.”의 위반을 구성한다. 북한의 21대 총선 개입공작은 결국 대한민국의 체제를 전복하고 공산화하려는 전략적 목표의 실현수단인 바, 그와 같은 대남 정치공작은 남북기본합의서 제4조 “남과 북은 상대방을 파괴·전복하려는 일체 행위를 하지 아니한다.”는 조항의 위반을 구성한다.
나. 4․27 판문점 선언 위반
북한의 대남 선거공작, 특히 선거질서 교란 행위와 소위 매국세력(자유민주 진영) 척결·고립화 투쟁에 대한 조지적 선전선동은 ‘냉전의 산물인 오랜 분단과 대결을 하루 빨리 종식시키고 민족적 화해와 평화번영의 새로운 시대를 과감하게 열어나가’기로 한 판문점 선언 전문(前文) 위반을 구성한다.
또한 대남 선거공작은 ‘민족적 화해와 단합의 분위기를 고조시켜 나가기 위하여 각계각층의 다방면적인 협력과 교류, 왕래와 접촉을 활성화하기로 하였다’라고 규정한 판문점 선언 제1조 제4항의 중대한 위반을 이룬다. 선거방해 및 조작적 책동은 민족적 화해와 단합 분위기 고조, 다방면의 교류협력 활성화는커녕 ‘화해·단합의 분위기를 현저하게 깨는 행위’라고 할 것이다. 아울러 그러한 행위는 ‘남북관계의 지속적인 발전과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향한 좋은 흐름을 더욱 확대해 나가기 위하여 함께 노력하기’로 한 합의 사항의 위반을 구성한다고 할 것이다.
다. 9․19 평양공동선언 위반
북한의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진행되는 대남 선거공작은 남북화해와 단합 및 협력의 분위기를 저해하는 행위가 분명하다. 따라서 이와 같은 행위는 평양공동선언에서 ‘남북관계를 민족적 화해와 협력, 확고한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해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한 합의사항과 쌍방 간에 ‘화해와 단합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기(평양공동선언 제4조)’로 한 합의사항에 대한 위반을 구성한다고 볼 수 있다.

Ⅲ. 한국 국민의 대응방향
1. 헌법상 대한민국 대통령과 정부의 책무 환기 및 응분의 조치 촉구
대한민국 헌법 제66조 제2항은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 영토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 수호의 책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선거공작을 통한 북한의 한국 정치에 대한 간섭 및 교란 행위는 대한민국의 주권과 (정치적) 독립을 훼손·위협하는 중대 사안(국가보안법상의 반국가활동)인 바,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 보전은 물론 헌법(특히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수호의 차원에서 강력하게 대처할 책임이 있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북한 당국에 대해 집요하고도 치밀하게 전개되고 있는 대남 선거공작 중단 요구를 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은 북한의 선거공작 경고, 즉각 중단 요구, 불이행시 대응방안 등을 천명하는 것이 타당하다. 아울러 국민들에게 적절하게 홍보하고 북한의 선전선동에 현혹되지 않도록 계도할 책임도 있다.
이와 관련해서 여야의 정치지도자들도 헌법 수호 및 공정한 총선의 실시를 위하여 문재인 대통령의 ‘엄정한 선거 중립’과 함께 국가의 독립 및 헌법 수호 차원에서 북한의 대남 선거개입 차단을 위한 응분의 노력을 다해줄 것을 문재인 대통령과 현 정부에게 촉구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국가정보원, 행정자치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이 북한의 선거공작 실상을 알리고 국민들이 이에 현혹되지 않도록 계도하여야 할 것이다.
2. 공안기구 정상화를 통한 대남 선거공작 추적·감시 및 무력화
국정원 안보수사국, 경찰청 보안국 및 산하 보안경찰 등 공안기구는 북한의 대남 선거공작과 그에 동조하여 친북 활동을 하는 인사들의 행적을 면밀히 추적·감시하고 의법 조치하여야 한다. 아울러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남 선거공작과 관련 있는 불법·유해 인터넷사이트를 적시에 접속차단 조치해야 할 것이다.
3. 다양한 수단에 의한 대국민 홍보·교육 및 정치적 각성
정부가 북한의 선거공작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가능성이 존재하는 만큼 국민들이 시민사회와 언론과 연합해 이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동영상 유튜브, 인터넷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를 적극 활용해 북한의 교묘한 선거공작, 특히 북한의 관련 지령문과 선전선동 문건, 한국 내 친북세력의 동향을 폭로·고발하는 활동을 적극 전개함으로써 국민들을 각성시켜야 할 것이다.
아울러 주요 일간지와 종편 등도 이에 관심을 가지고 관련 기사 보도와 프로그램을 편성·방송하도록 유도하여야 할 것이다. 이 밖에도 가칭 ‘북한 선거공작 감시센터’를 설립해 북한의 선거공작과 관련 있는 불법행위를 감시하고, 이에 관한 자료를 축적·분석하여 이를 널리 홍보·교육하는 방안도 아울러 강구할 필요가 있다.

4. 북한의 선거공작 관련 불법행위의 신속 고발 및 엄단
국민들이 북한의 선거공작 관련 불법행위를 인지한 경우, 신속하게 이를 수사기관(검찰․경찰)에 고발함으로써 엄중한 처벌을 받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관련 정부기관의 책임 있는 당국자들의 직무유기가 드러나면, 이 또한 고발하여 유사 불법행위의 재발 방지 및 올바른 선거문화가 정착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5. ‘북한 선거공작 감시 활동 백서 발간
21대 총선이 끝난 후 북한의 선거공작 및 관련 불법행위, 그리고 가칭 ‘북한 선거공작 감시센터’가 수행한 북한 선거공작 및 이에 대한 불법행위 감시활동을 정리한 백서를 발간함으로써 중요한 역사적 기록물로 남길 필요가 있다. 이는 북한의 대남혁명 전략에 대응하는 활동으로서 그 의미가 클 뿐만 아니라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올바른 대북관 함양에도 도움을 주는 교육적 효과가 있을 것이다.
6. 규탄 성명서 채택 및 관련 국제적 호소
국내외 시민단체와 인권단체들이 북한의 한국 총선 개입 공작을 한국의 국내문제에 대한 불법 간섭이자 한반도 평화와 안전에 대한 중대한 위협을 구성할 뿐만 아니라 공정하고 민주적인 선거 방해 및 시민의 자유롭고 자율적인 국회의원 후보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점을 천명·규탄하고 즉각적인 중단·시정을 요구하는 성명서나 결의문을 채택하는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주한 외국대사관, 유엔 사무국, 유관 국제시민단체 등에 제공하여 널리 홍보하는 방안도 강구할 수 있다. 더불어 대남 선거공작을 인권(선거권) 침해의 문제로 이론구성을 하여 유엔인권최고대표 등에 긴급진정서를 제출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Ⅳ. 결어
ㅇ북한의 선거공작은 대한민국의 국내문제(특히 내정)에 부당하게 간섭하고 사회주의혁명 여건 조성을 목적으로 하는 죄질이 매우 불량한 불법행위이다.
ㅇ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 전반이 그동안 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약점을 간파한 북한은 매번 한국의 각종 선거 때마다 개입해 각종의 불법행위를 선전선동하는 한편, 우리 국민의 올바른 인식과 판단을 흐트러뜨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ㅇ자유민주 진영과 시민사회는 이러한 점을 깊이 반성하고 위에서 언급한 내용을 포함한 다양한 대응방안을 강구·실천함으로써 21대 총선이 합법적이고 공정하게 진행되도록 하고 국민들의 올바른 판단과 선택을 도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 제성호 교수 약력
서울대학교 법학대학/대학원, 육군사관학교와 수원대학교 교수, 통일연구원선임연구위원을 거쳐 현재 중앙대학교 법과대학/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봉직하고 있다.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센터 소장, 외교통상부 인권대사, 통일부 인도협력분과자문위원장, 법제처 남북법제자문위원장을 역임하였다.
저서로는『한반도 평화체제의 모색』, 『통일시대와 법』, 『한미동맹의 법적 이해』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