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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석 칼럼

영화 '기생충'의 쾌거에 마냥 박수를 칠 수 없는 이유

미 아카데미상 4관왕은 우리문화의 큰 경사가 맞아
단 "부자-기업인 죽이자"는 좌파영화 만세는 안돼

"미쳤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감독 봉준호는 자기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 4관왕 타이틀을 기록하던 순간 그런 감격을 토해냈다. 국내 모든 언론도 그게 한국 영화는 물론 세계 영화사에 새 역사를 쓴 쾌거라고 한 목소리로 전한다. 

 

과장이 아니다. 9일(현지 시각)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은 아카데미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국제장편영화상과 각본상 수상으로 4관왕에 올랐다. 미 아카데미상과 프랑스 칸영화제까지 휩쓴 것 역시 이례적이다. 아카데미가 오락성 상업성을 높이 쳐왔다면, 칸은 작품성을 주로 보는데 '기생충'은 둘 모두를 석권했다. 

 

대표적인 해외 영화상이 이 작품의 작품성과 상업성의 측면에 함께 점수를 준 것이다. 영화 장르를 넘어 한국문화의 일대 승리라고 흥분하는 것도 이해 못할 게 아니다. 그러나 차제에 짚어볼 게 몇 개 있는데, 지난주 글에서 나는 이렇게 지적했다. 

 

"하지만 이건 한국문화의 자부심이 아니다. 그 정반대일 수 있다. 세계문화의 타락을 이 영화가 견인하고 있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다."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이 의아해할 것이다. 달궈진 쇠판이 너무 뜨거울 때 찬물을 끼얹으면 쇠판이 식기는커녕 물이 튕겨져 나온다는 것도 알지만, 그럼에도 누군가 소수의견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게 내 몫이고 바로 이 글이다.

 

70년대 후반 운동권 영화 첫 등장

 

지금 세상은 '기생충'이 세계인이 공감할 만한 주제인 사회양극화라는 문제를 통찰력 있게 풍자하는데 성공했다는 식으로 말한다. 그건 너무 표피적이고 상투적 관찰이며, 나는 그걸 '영화로 포장된 독극물'일 수 있다고 감히 판단한다. 왜 그러한가?

 

아무리 봐도 '기생충'은 가난한 사람을 충동질해 부자와 기업인에 대한 적개심을 불어넣는 목적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이 작품이 전 법무장관 조국 등의 위선을 까발리는 작품이라는 황당한 해석도 하는데, 어불성설이다. 아무리 봐도 부자와 기업하는 사람 모두는 죽어 마땅하다는 메시지 전달에 충실한 정치상품이라고 봐야 한다. 

 

그래서 나는 '기생충'이 돈파와 좌파가 결합한 좌익상업주의가 무서운 위력을 발휘하는 한국영화판에서 만들어낸 괴물일 수 있음을 지적해왔다. 사실 김대중 정부 이후 한국영화는 이미 위험수위라는 경고를 받아왔다. 영화 대부분은 정치적 편향을 갖는다.

 

 

"이래도 대한민국이 반칙-특권이 판치던 더러운 나라였다고 믿지 않을래?"만을 반복해 묻는다.그래서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은 한국영화의 고질적 좌편향을 더욱 더 고질화시킬 것이 깊게 우려된다. 사실 한국영화의 좌편향은 뿌리가 깊은데, 무려 197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울대 영화동아리 '얄라성'을 비롯한 좌파 문화가 출현한 것이다.

 

그들은 "영화는 혁명을 위한 총칼이어야 한다."고 감히 선언했다. 그렇게 몸풀기를 하더니 이내 영화 장르 안에 뿌리를 내렸다. 운동권의 고뇌를 다뤘다는 <인재를 위하여>(1987, 장윤현), 광주사태의 배후로 미국을 규탄하는 <오! 꿈의 나라>(1989, 장동홍 등) 등 독립영화가 출현한 것이다.

 

좌파와 리버벌을 위한 PC영화

 

이어 저들은 김대중 정부 이래로 영화판, 영화산업 전체를 아예 접수하고 말았다. 당시 영화인협회장을 지냈던 여배우 김지미의 표현대로 기존 영화판에 없던 혁명군 시대의 등장이었다. 그때까지 이름 없던 사람들인 명계남, 문성근 등이 투입돼 영화판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버렸다. 저들은 체계적으로 움직였다. 

 

정부예산 지원을 받는 기구인 영화진흥위원회를 만들어 그런 영화만 골라 제작비를 뿌린 것이다. 이후 20여년 세월이 지나 2000년대 초반 지금에 이르렀다. 운동권을 소재로 만든 1000만 관객의 '변호인', '남영동 1985', '1987'은 물론 광주5.18을 다룬 또 다른 1000만 관객의 '화려한 휴가', '택시운전사' 등이 등장한 것은 그 맥락이다.

 

남북문제를 소재로 한 '웰컴 투 동막골', '공동경비구역 JSA', '의형제'나, 일제시대를 다룬 '암살', '밀정', '군함도' 따위도 모두 한국형 PC(Political Correctness) 영화로 분류된다. 현대사를 비트는 건 물론이고 은근슬쩍 반미 코드를 집어넣는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의 갈등 등을 모티브로 한 감독 봉준호의 '설국열차', '괴물' 등도 결국엔 마찬가지다. PC영화란 좌파와 리버벌 이념에 동조하는 것만이 올바르다고 믿는 작품으로 우리는 물론 미국 할리우드에도 상당수다. 하지만 우리만큼 자본을 등에 업은 채 영화 장르의 성격을 바꿔놓고,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한 나라는 없다. 

 

나는 그게 못내 두렵다. 표면적으로 영화산업이 성공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속은 정상이 아니기 때문인데, 급기야 그 계열의 '기생충'이 할리우드에서 대성공을 거뒀다. 이렇게 영화사 40년의 맥락을 꿰고 나면 '기생충'의 이번 대성공이 과연 한국문화의 승리인가 하고 물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 영화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의 복수극을 넘어 자기 예언적이다. 아무리 봐도 이 영화는 프롤레타리아 좌익혁명을 앞당기자는 다짐으로 해석되는데, 그래서 되물어야 한다. 이런 게 영화이고, 예술이란 말인가? 그리고 한국문화의 자부심일까? 어떤 이는 내게 이런 의견을 보내왔는데, 그 말도 깊게 음미해볼 만하다.

 

"영화 '기생충'의 성공은 이제 대한민국이 제2의 사회주의 혁명의 진앙지임을 자임한 것이다. 현실정치가 그러더니 문화까지 그 지경이다. 두렵다." 상황을 알고 나면 두려움이 더 커진다. 그런 게 '기생충'에 마냥 박수를 칠 수 없는 이유다. /조우석 언론인

 

[이 글은 미디어펜(http://www.mediapen.com)의 2월 11일자 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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