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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석 칼럼

나라 없는 쿠르드족의 슬픔

이 만 석 목사

4HIM 대표, 무슬림선교훈련원장

 

시리아에서 미군을 철수하는 것이 꺼져가는 중동 전쟁의 불씨를 다시 살릴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 말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 IS의 창설부터 설명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2014년 6월 29일 수니파 극단주의 이슬람무장단체 IS(Islamic State:이슬람 국가, 칼리프가 통치하는 이슬람 신정국가 표방)가 창설되고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되자 극렬 무슬림들이 저지르는 잔혹한 뉴스들이 연일 쏟아져 나오면서 전 세계를 공포로 떠들썩하게 했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IS 세력 은 이슬람에 헌신되어 순교를 각오하고 지하드(알라를 위한 전쟁)를 실천할 충성된 일꾼들을 전 세계에 공개모집 하였다. 그러자 중동 북아프리카의 무슬림들뿐만 아니라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유와 인권을 마음껏 누리고 있던 유럽의 젊은 무슬림들조차 끊임없이 터키 국경을 넘어 IS에 합류하였고, IS는 급격히 세력을 불려 나갔다. 이들은 이라크와 시리아를 합한 지역의 거의 1/3에 달하는 영토를 점령하고 세금도 거두고 재판도 하면서 마치 정상국가와 같은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이러다가 순교를 각오하고 물불을 가리지 않는 지하드 전사들에 의해서 세상이 파죽지세로 점령을 당해 조만간 샤리아(이슬람율법)로 통치되는 이슬람국가에 살게 되지 않을까 하는 섬뜩함마저 느껴졌다.

 

 

그러나 극단적인 이슬람 사상에 세뇌되어 인륜을 저버리고 생명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IS의 만행을 국제사회가 좌시하지 않고 공동으로 대처하기로 결정하면서 연합군이 조성되었다. 연합군은 선진화된 무기와 막강한 화력을 앞세워 IS의 확산을 성공적으로 저지하면서 IS의 점령 지역을 계속 축소시켜 나갔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 당시 약 2천 명의 군대를 파견하여 지금까지 쿠르드족들과 시리아 민병대 및 NATO의 연합국 병사들과 협력하여 IS와의 전쟁을 수행해왔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2월 16일 “칼리프 국가(IS)에게 100% 승리하면 철군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드디어 철군을 결정했고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에게 철군을 지시했다.(VOAkorea.com 2019.10.15.) 2019년 10월 현재 시리아에 남아있는 미군 병사는 약 1천 명 정도 되는데 그 중 50명 정도의 특수부대는 이미 이동시켰고, 늦어도 2주 안에는 철수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이런 결정으로 그동안 미군과 협조하여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왔던 쿠르드족이 매우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되었다.

 

 

쿠르드족은 현재 지구상에서 나라가 없는 가장 큰 민족으로 알려졌다. 미 중앙정보국(CIA) 추산에 따르면 3,000만~3,500만 인구의 쿠르드족은 터키에 약 1천500만 명, 이란에 800만 명, 이라크에 500만 명, 시리아에 200만 명 정 도가 살고 있다. 독일에도 100만 명 이상이 살고 있고 그 외에도 20여 나라에 흩어져 살고 있다.

 

터키는 인구의 20% 이상이 쿠르드족이다. 그런데 터키 정부는 쿠르드족이 독립을 꾀한다는 이유로 이들을 소탕하기 위해서 오랫동안 노력해 왔으며, 이로 인해 많은 사상자들이 속출했다. 그래서 이들은 PKK(쿠르디스탄노동자당)을 만들어 터키 정부에 대항하며 자신들을 보호해 왔으나, 터키와 동맹국인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은 PKK를 테러집단으로 분류했다. 터키 정부는 쿠르드 족의 독립을 막기 위하여 지금까지 수만 명의 PKK 대원들을 사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시리아의 쿠르드족은 YPG(쿠르드족민병대인민수비대)를 통해서 미국을 도와 IS를 소탕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이들은 이번 기회에 국제적으로 독립을 인정받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싸웠고 약 1만 1천여 명의 목숨을 희생시켜 가면서 시리아 북부를 IS 로부터 지켜냈다. 시리아 쿠르드족 여성들로 구성된 YPJ(쿠르드족 여성수비대)도 IS소탕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한편 터키는 미국이 시리아에서 쿠르드족의 도움을 받아 IS를 소탕하는 것에 대하여 “테러단체를 소탕하기 위해서 또 다른 테러단체와 손을 잡는 것은 잘못이다”며 매우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었지만 IS소탕이라는 대의를 위해서 노골적으로 반대하지는 못 했었다. 그러나 쿠르드 족의 입지가 강해지는 것은 그들이 독립국가를 형성하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고민을 하면서 이 싹을 잘라버릴 돌파구를 찾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미국이 갑자기 시리아에서 철군할 것이라는 말이 나돌기 시작했다. 물론 미국의 이런 중대한 사안은 하루아침에 결정되지는 않는다. 중동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경험 많은 참모들의 충언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계획은 2018년 말부터 거론되었지만 짐 매티스 국방 장관은 미국의 시리아 철군은 매우 잘못된 정책이라고 극구 말렸다고 한다. 만일 미군이 철수한다면 IS는 다시 세력을 규합하여 재기할 것이며 중동은 다시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시리아에서의 미군의 존재는 지역의 고질적인 문제인 터키와 쿠르드족과의 충돌을 막아주는 방패 역할만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철군의 뜻을 굽히지 않고 밀어붙이려 하자 매티스 국방장관은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것을 천명하면서 사임하고 말았다. 미국은 이를 은퇴라고 조용히 마무리하려 했으나 워싱턴의 BBC 특파원은 이를 “항의성 사퇴”라고 했으며 이를 뒷받침하듯 매티스 장관은 사임서에서 “대통령은 나보다 더 마음에 잘 맞는 국방장관을 둘 권리가 있다”고 뼈있는 말을 했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이런 결정을 했을까? 몇 가지 가능한 이유를 생각해 보자.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터키는 중동에서 인구 8천만이 넘는 강대국이며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동맹국인데 터키를 불편하게 하면서 아직 나라가 형성되지도 못한 쿠르드족을 보호하는 것은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었을 수도 있다.

 

또한 수많은 미군병사들의 목숨을 희생했으면서도 아무 소득 없이 패퇴하여 세계인의 조롱거리가 되고 말았던 월남전의 쓰라린 경험을 반복하는 것은 세계최강의 미국의 위상을 손상시키는 일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제 IS소탕이라는 목표가 거의 달성되었다는 것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혹시라도 시간을 끌다가 물불 안 가리고 폭탄을 안고 덤벼드는 IS 지하드 요원들에 의해 미군 희생자라도 몇 명 나온다면 득보다는 실이 크다는 생각에 이쯤에서 미군을 철수하는 것이 지혜롭다는 판단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시리아에서 미군을 철수하는 것은 중동의 낯선 땅에서 죽음을 넘나들면서 힘든 나날을 보내는 청년들에게뿐 아니라 그들의 귀국을 기다리는 미국 국민들에게 기쁨을 주는 일이며, 또한 이것이 다가오는 선거에서 대통령 연임에 대한 가능성을 높이는 일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터키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에 즉각 찬물을 끼얹어 버렸다. 미군이 철수 움직임을 보이자 2019년 10월 9일 YPG(쿠르드족민병대인민수비대)를 소탕하겠다며 “평화의 샘”이라는 이름의 군사작전을 시작했다. 이로 인해 민간인을 포함한 쿠르드족 대원들 30여 명이 죽었고 5일 만에 열 한 개의 도시가 터키군에 점령당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IS대원 들과 가족들 수천 명이 수용되어 있는 아인 이사(Ain Issa)의 캠프가 포격을 맞아 785명의 IS대원과 가족들이 무더기 탈출하는 상황이 발생했 다. 이 캠프는 쿠르드족이 관리하고 있었는데 이제 쿠르드 족이 터키의 공격을 받는 입장에서 더 이상 이 캠프를 관리할 수 없게 되었다. 실제로 자신과 가족들의 생명이 위험한 상황을 맞은 쿠르드족은 눈물을 머금고 자신들이 점령하고 머물던 땅을 떠나고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약 1천명의 미군을 안전하게 철수시킬 것이라고 했다. 한때 생명을 걸고 함께 싸우던 전우였던 쿠르드족의 희생에는 눈을 감고 이미 받은 명령을 계획대로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방관 아래 터키는 “YPG는 PKK와 협력하여 터키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는 이유를 대며 공격을 계속하고 있고 유럽의 비난에도 귀를 막고 있는 상황이다.(2019.10.14. 중앙 일보)

 

터키의 전쟁 명분은 터키가 현재 보호하고 있는 약 360만 명 정도의 시리아 난민들 중 약 200만 명을 현재 쿠르드 족이 점령하고 있는 터키와 시리아 접경으로 이주시키고 약 30조 원의 예산을 투자하여 이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만일 유럽이 이 일을 반대한다면 터키는 시리아 난민들이 유럽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통로를 개방할 것이라고 겁박하고 있다.(2019.10.15. MBC 이슈완전정복)

 

이에 쿠르드족은 생존을 위해서 시리아 정부군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동안 시리아의 쿠르드족은 시리아 정부군과 싸워서 북부지역에서 거의 자치권을 묵인 받은 상태였고, 이를 지키기 위해서 1만 명 이상의 희생을 치르면서 IS와 전투를 해서 승리했는데, 갑자기 미국이 빠지는 바람에 터키가 개입해서 둥지 빼앗긴 새의 처지가 된 것이다.

 

 

쿠르드족이 배신당한 경험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미국은 그들이 전쟁에서 승리하도록 그동안 많은 지원을 했다고 주장한다. 또한 터키가 그들을 계속 공격할 경우 군사적인 개입 대신 강력한 경제적인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미국의 역할은 여기까지이며 그들의 문제는 그들이 해결하게 하고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자기 길로 가겠다는 생각이라면 제3자의 입장에서 누구도 이를 함부로 비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사방으로 우겨쌈을 당하고 있는 쿠르드족에게 좀 더 배려할 수는 없었을까 하는 점이다. 예를 들면 우리가 언제쯤 철군할 터이니 그동안 대책을 마련하라고 준비 기간을 주었으면 이렇게 맹비난을 받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설령 그렇게 해서 1년이나 그 이상의 유예 기간을 주었을지라도 마땅한 해결책은 없었을 것이지만 동맹을 배신했다는 비난은 덜 받지 않았을까.

 

지금으로서는 쿠르드족이 시리아 정부군의 조직에 연합하고 쿠르드족의 현재 거주지역을 시리아 정부군이 지켜주는 대신 터키에게는 “시리아의 쿠르드족이 터키의 PKK와 힘을 합쳐 독립을 꾀하지 못하도록 막아 주겠다”고 약속하는 선에서 매듭을 짓는다면 좋겠지만, 터키의 동의를 기대하기조차 힘든 상황이다. 이 기간이 길어질수록 쿠르드족의 눈물과 고통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중동은 세계의 화약고”라는 말은 누가 까닭 없이 만들어낸 말은 아닐 것이다. 사실이 그렇다. 이슬람권을 보면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수니파와 이란을 중심으로 한 시아파 사이의 증오와 전쟁은 인류의 종말까지 해결책을 찾을 수 없을 것처럼 보인다. 또한 이슬람 원리주의를 확산시켜 칼리프가 다스리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알라의 뜻이라며 목숨을 던져가면서 이를 실천하려는 지하드 전사들을 설득할 이론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더구나 나라 없이 떠도는 쿠르드족에게 따뜻한 도 움을 주는 대신에 국익을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사방에서 배신과 매질을 하는 냉혹한 현실을 볼 때 눈물이 앞을 가린다.

 

누가 이들의 얽힌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는가? 오직 한 가지 해결책이 있다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복음만이 이를 가능케 할 것이다. 우리가 중동 땅으로 달려가서 그들을 설득할 수는 없을지라도 이 땅에 와 있는 무슬림들에게 적극적으로 구원의 복음을 전하여 그들의 눈을 뜨게 해 주는 길만이 현 상황에서 실제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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