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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석 칼럼

"한국의 폭민정치는 '민심이란 야수' 탓이다"

길들여지지 않은 민심 폭발이 취약한 법치 무너뜨려
영국 기자 출신 마이클 브린 <한국, 한국인>에서 지적

[2019년 정초 필독서 3종 연속서평 두 번째 회] 

 

외국 기자가 쓴 한국 관련 저술 중 레퍼런스급으로 평가받는 건 두 종이다. 같은 미국 신문 워싱턴포스트 출신인 돈 오버도퍼의 <두 개의 한국>(The Two Koreas, 번역본 2002년 길산 펴냄)과, 셀리그 해리슨의 <코리아 엔드게임>(Korea Endgame, 번역본 2003년 삼인 펴냄)이 그것이다. 단 두 책의 시각은 다르다.


<코리아 엔드게임>의 경우 한반도 탈(脫)개입을 미국의 전략적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을 깔고 있어 남과 북의 좌파가 선호한다. <두 개의 한국>은 사실관계 확인에서 그야말로 치밀한 책이라서 객관적 현대정치사로 손색이 없다. 두 저자 모두 최근 작고했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탄핵 당한 박근혜 대통령, 잘못 없다"

 

영국 더 타임스 기자 출신인 마이클 브린이 펴낸 신간 <한국, 한국인>(실레북스 펴냄)을 읽으면서 <두 개의 한국>과 <코리아 엔드게임>과 자꾸 비교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브린의 통찰 때문에 기대치는 더욱 컸다. 그는  <포린폴리시>에 '한국 민주주의에선 국민이 분노한 신(神)이다'는 글을 쓴 걸로 유명하다. 그런 입장은 국내 언론에도 소개됐다.


한국에선 그걸 민심이라고 부르지만, 그게 한국의 허약한 법치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인데, 그 통찰이 우리 무릎을 치게 만든다. 탄핵 당한 박근혜 대통령이 과연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는 의견도 그는 밝혔다. 그러나 막상 읽어본 <한국, 한국인>은 <두 개의 한국>과 <코리아 엔드게임>과는 달랐다.


두 책이 한국현대정치 이야기인데 비해 <한국, 한국인> 한국 한국인에 관한 모든 것 즉 고대 이후 현대에 이르는 역사에서 한국인의 기원과 한국경제 그리고 미래 예측까지 포괄한다. 즉 한국학 입문서로 적격이다. 물론 민심이란 것에 대한 비판과 박근혜 탄핵에 대한 의견도 등장하지만, 제4부 '한국사회와 민주주의'에 잠시 할애된 정도다.


그래서 아쉽다. 주제를 이것에 온전히 집중해 책을 썼을 경우 해방 직후 미 문정관 출신인 그레고리 핸더슨이 쓴 <소용돌이의 한국정치>같은 명저술이 등장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러나 이 책은 이미 베스트셀러로 떴던데, 외국인의 시선이 궁금한 한국인에겐 호기심을 자극한 탓이다.


사실 <한국, 한국인>만큼 포괄적인 한국 이해를 시도한 책도 드물고, 그래서 일단 추천할 만하다. 그렇다고 만족할만한가? 그건 아니다. 곳곳에 균형감각을 잃은 채 좌파적 해석이 눈에 보인다. 일테면 현대사 언급 대목에서 80년대 이후 반짝 유행했던 수정주의적 해석이 상당수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된 한국 내 자료를 자주 접하다보니 그런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일테면 제주4.3 사건 언급이 그러하고, 광주 5.18에 대한 설명도 미흡하기 짝이 없다. 일테면 제주4.3을 설명하면서 "유엔 감시하의 총선거에 반대하는 지역 공산주의자들은 친일 부역자로 간주한-실제로 그랬으니까-경찰에 맞서 싸웠다."(223쪽)라고 버젓하게 쓰고 있다.

 

   
▲영국 더 타임스 기자 출신인 마이클 브린이 펴낸 신간 <한국, 한국인>에서 "피플 파워란 무엇인가? 한국에서는 어떤 쟁점에 대한 대중의 정서가 특정한 임계질량에 이르면 앞으로 튀쳐 나와 모든 의사결정에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야수로 돌변한다. 한국인들은 이 야수를 '민심'이라고 부른다"고 서술하고 있다.

 

곳곳에 눈에 띄는 미흡한 서술들


서북청년단 등 "민병대는 끔찍한 폭력으로 반란을 진압했다"(224쪽)는 대목도 마음에 걸린다. 제주4.3이 대한민국 탄생을 막기 위한 공산주의자들의  반란이란 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다. 역시 그가 국외자(局外者)인 탓일까? 국가보안법에도 우호적이지 않다. "독재체제에서는 억압을 위한 주요 법적 수단이 국가보안법과 반공법이었다."(473쪽)는 서술이 대표적이다.


광주5.18 때 북한특수군의 개입과 관련 "없었던 것 같다"(235쪽)는 식의 두루뭉술한 설명도 등장한다. 뿐인가? 수상쩍은 좌파 시민단체가 이른바 군인권센터인데, 그곳의 대표 임태훈이란 자를 인용해 한국 군대문화를 설명하는 방식도 무책임한 태도라는 인식을 심어준다.


그렇다고 이 책이 한국 현대사를 비하하는 내용은 결코 아니다. 대한민국은 기적의 나라라는 찬탄을 바탕에 깔고 있어서 반대한민국 정서를 품고 있는 좌빨 서적과는 구분된다. 즉 교양서로는 나쁘지 않은 책이 <한국, 한국인>이란 평가다. 그러나 분량은 작게 할애됐지만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한국의 민심이란 것에 대한 분석이 아닐까 싶다.


"피플 파워란 무엇인가? 한국에서는 어떤 쟁점에 대한 대중의 정서가 특정한 임계질량에 이르면 앞으로 튀쳐 나와 모든 의사결정에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야수로 돌변한다. 한국인들은 이 야수를 '민심'이라고 부른다.…이 야수는 집단적 영혼이라고 보는 게 가장 적절할 것이며, 누구든 그것에 복종해야 한다."(416쪽)


이 대목은 한국의 정치가 폭민정치로 흐르고 있는 와중에 나온 가장 빼어난 통찰로 기억될 것이고, 이런 내용을 담았다는 것만으로도  <한국, 한국인>은 평가받을만하다. 단 그 '민심이라는 야수'를 누가 조련하고 부려먹느냐에 대한 설명이 곁들여졌으면 더욱 좋았으리라.


'민심이라는 야수'를 풀어 놓거나, 가둬두느냐를 결정하는 건 한국의 대중이 아닐 수도 있다. 외려 한국현대사에 깊숙이 개입해온 '보이지 않는 손'인 평양일 수도 있다는 걸 깊이 있게 공부하면 모두 알 수 있는 것 아니던가? 해방 직후의 1946년 대구 폭동에서 48년 제주4.3, 그리고 6.25전쟁은 물론이고 4.19의거, 광주 5.18에도 북한의 공작은 너무도 분명하다.


결론. <한국, 한국인>은 추천할만한 책이다. 브루스 커밍스의 기분 나쁜 저술인 <한국현대사>(2001년, 창비 펴냄)보다는 양질이다. 단 이 책의 부족한 대목은 미 조지 워싱턴대 교수인 그렉 브라진스키의 명저 <대한민국 만들기 1945~1987>(2011년, 책과함께 펴냄)를 읽으며 보완하길 권한다. /조우석 언론인

 

[이 칼럼은 미디어펜(http://www.mediapen.com)의 1월 22일자 글을 전재했습니다.]

 


“통일한국 건설에 쓰임받는 자가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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