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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에게 보내는 ‘보낼 수 없는’ 편지

"이제 이 돈이면 한 일 년은 굶지 않고 살 수 있겠지?", "언제쯤이면 우리 함께 모여 삥 둘러 앉아 따뜻한 밥 한끼 먹을 수 있을까?"

뉴스윈코리아 기자2018.06.01 00:45:06

(*이 글은 430일 북한자유주간 서울역 통일광장기도회에서 탈북민 양○○씨가 북한에 있는 어머니에게 보내는 보낼 수 없는 편지를 낭독한 것입니다.)

 

보고 싶은 엄마에게


엄마우리 못 본지 너무 오래 됐다.

얼마 전에 엄마랑 통화하다가 끝내 하지 못했던 말이 있었어.



엄마 미안해내가 혼자서 중국으로 떠난 거 미안해.

어떤 일이 있어도 함께 떠났어야 했는데 나만 혼자 나오게 된 거 정말 미안해.

하지만, 나도 그땐 너무 힘이 들었어. 내가 짊어지기엔 너무 무거운 짐이었어.

참고 또 참다가 중국으로 결국 중국으로 도망가게 되었어.

중국에서 아이를 낳으면서 엄마 생각이 났어.

 엄마도 이렇게 아팠구나.’ 하는 걸 그때부터 알게 되었나봐.


나도 한국에 혼자 와서 살고 있어.

자식과 떨어진 엄마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이젠 나도 알아.

엄마처럼 나도 아프기에 이제 엄마의 아픔이 내 아픔이 된 것 같아.


엄마그래도 나는 오래 살면 이렇게 아픈 마음이 가라앉을 줄 알았어.

근데 가라앉기는커녕 오히려 더 자라나는 것 같아.


엄마에게 전화가 오고 돈을 보낸 날 나는 너무 기뻐서 실신한 사람처럼 앉아 있었어.

그날 나는 온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어.

내가 보낸 돈을 받고 엄마는 집으로 돌아가서 무엇을 할까.

제일 먼저 장마당에 나가서 쌀을 가득 사서 쌀밥을 배불리 먹을 거야

그리고 고기도 먹고 좋은 옷도 사 입고

생각만 해도 너무 좋아서 눈물이 막 나와.


엄마, 사실 내가 엄마한데 그 돈 보내느라고 고생 많이 했어.


여기는 먹을 것, 입을 것이 정말 많아.

상점에 가면 예쁘고 입고 싶은 옷도 얼마나 많은지 몰라.

그렇지만 나는 다 참았어.

왜냐하면 엄마에게 빨리 이 돈 모아서 보내고 싶었기 때문이야.

그래서 먹고 싶은 것도 매일 매일 지나가고 좋은 옷도 그냥 지나가고

새벽부터 식당에 나가서 일하고 밤늦게 들어와.

사실 몸은 정말 많이 피곤하고 힘들었어.

그렇지만 엄마에게 한 푼이라도 더 모아서 보내줄 생각하면 또 힘이 나고 웃음이 났어.

그게 나에겐 유일한 낙이 되었어.


이렇게 고생해서 모은 돈이기에 나에게는 정말 소중한 돈이야.

브로커가 아무리 많이 떼어 먹어도 상관없어.

그렇게 얼마라도 그 돈이 엄마에게 갈 수 있다면,

내 정성이 국경을 넘어 엄마에게 가 닿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어.


그 돈이 엄마에게 가서

내가 고생한 것만큼 엄마를 편하고 즐겁게 해주길 바라는 마음뿐이야.

그것만으로도 난 만족해.

이제 이 돈이면 한 일 년은 굶지 않고 살 수 있겠지?

나무도, 석탄도 가득히 사놓고 따뜻한 겨울도 보내고 따뜻한 옷도 사 입을 수 있겠지

 

 

  

나는 여기에 와서야 엄마도 오빠도 동생도 나에게 얼마나 소중한 줄 알았어.

엄마를 두고 온 것이 이렇게 아픈 줄 몰랐어.

그게 죄가 되서 이곳에서 좋은 것 먹고 좋은 것 입어도 즐겁지가 않아.

몸은 여기서 사는데 내 마음은 아직도 그곳에서 살고 있나봐.


엄마, 내가 보낸 그 돈 잘 간수해서 딴 데 쓰지 말고

좋은 것 많이 먹고 건강해야 돼

따뜻하게 지내면서 건강해야 돼

내가 여기에 있는 한 어떤 일이 있어도 엄마가 배고프고 춥게 하고 싶지 않아.



그런데 우린 왜 이런 걸 서로 멀리서 상상만 해야 하지?

왜 함께 살 수가 없는 거지?

나는 이 현실이 너무 아파.

언제쯤이면 우리가 함께 모여서 삥 둘러 앉아 따뜻한

밥 한 끼 먹을 수 있을까?

그냥 불 꺼진 집 구석에 가만히 앉아서 하나님께 기도만 하고 있어


엄마는 하나님을 모르지만 나는 잘 알아.

비록 멀리 떨어져 있지만 엄마도 그 곳에서 나처럼 하나님께 기도하면

우리 서로 하나가 될 거야

 

밤에는 엄마, 잘자!”

아침이 되면 엄마 좋은 아침이야하고

매일 이렇게 말하면서 살고 싶어

하나님이 이 말을 엄마에게 전해 줄 것만 같아

 

- 2018428일 통일소원기도모임에서 이 편지를 보내요 -


[이 글은 월간 JESUS ARMY 2018년 6월호에서 옮겨 실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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