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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계리 쇼에 주말 내내 난리법석이던 국내 언론들

때 이른 '한반도의 봄' 타령…국민 선동의 극대치, 한국 사회는 사실상 북한 통일전선 전략의 포로?

뉴스윈코리아 기자2018.04.23 18:32:25

 '풍계리 쇼' 하나에 이렇게 호들갑이라면, 이후 상황을 어찌 감당할 것인가? 북한이 6차례 핵실험을 진행했던 풍계리를 폐기하고 경제에 집중하겠다는 발표를 한 이후 서울이 온통 법석이다. 신문이 쉬는 주말 내내 네이버 등 대형 포털을 중심으로 그런 장밋빛 보도 일색이었다.

그건 미국-일본 언론이나 전문가들의 신중한 관측과 너무도 대조적이었는데, 한 민간통신사는 김정은의 선제적인 이 조치 하나로 "한반도 봄이 성큼 다가왔다"고 흥분했다. 공영방송도 마찬가지인데, 그들은 김정은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물을 안겼다고 낙관했다. 그런 근거 없는 전망에 무게를 실어준 건 실은 청와대였다.

청와대는 "한반도 비핵화에 의미있는 진전"이라고 서둘러 발표했는데, 왜들 이러는가. 최후의 도박을 위한 김정은의 위장 쇼일 가능성이 훨씬 더 높지 않던가. 지금 우린 그 대비 대신 스스로 무장해제를 서두르는 분위기다. 정말 걱정은 27일 남북회담 때 더 열광적 분위기 조성될 가능성이다.

지금 상황으론 2000년 김대중-김정일의 회담 당시 상황을 뛰어넘을 조짐이다. 언론 상황이 그때보다 훨씬 악화됐기 때문이다. 구한말 애국계몽가 윤치호의 말대로 10%의 이성과 90%의 감성으로 움직이는 한국인이 이 국면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가 실로 두려울 지경이다. 지금 국면은 '난리 난 언론, 들뜬 국민, 위기의 대한민국'으로 요약되는데, 이러면 안 된다.

저들의 위장 쇼에 우리가 당해봤던 기억 때문이다. 꼭 10년 전 북한은 영변의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했다. 당시 북한은 미 CNN을 불러 생중계까지 했다. 감동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북한이 테러지원국이라는 모자를 벗겨줬다. 이후 북한은 6자회담 합의사항을 여보란 듯 파기했다.

저들의 사기 행각은 그 이전부터 악명 높은데, 1992년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남북 공동선언' 이후 우린 전술핵을 완전 철수시켰다. 반면 북한은 그때 이후 핵 개발에 더 올인했고, 30년이 다 된 지금 핵 보유국 지위에 근접했다. 그런 저들이 어느 날 갑자기 마음 고쳐먹었을 가능성은 거의 제로다. 노동당 결정문을 뜯어봐도 수상쩍긴 마찬가지다.

반복해 등장하는 '핵 군축'이란 말부터 거슬린다. 미국이 요구하는 완전한 핵 폐기(CVID)에서 먼 것은 물론, 미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협상 테이블에 앉겠다는 거만한 태도다. "핵 보유국 지위에서 평화를 논의한다"는 기존 입장과 다를 바도 없다. 중국 시진핑과 회담에서 밝힌 단계적 비핵화 입장보다 외려 후퇴한 느낌이다.





조선일보 사설(23일)의 언명대로 그건 핵 포기가 아니라 핵 영구 보유 선언에 가깝다. 이런 명백한 부정적 신호에도 한반도의 봄을 말하는 당신은 알게 모르게 북한 통일전선 전략의 포로가 됐다는 증거는 아니던가? 그건 체제경쟁은 끝났다는 자기만족과도 구분되며, 80년대 운동권 마인드에서 나오는 얼치기 NL(민족해방)정서 혹은 감상적 통일주의에 불과하다.

그런 의구심 때문에 지난 16일 대한민국비상국민회의가 창립 취지문에서 "국가수호 이끌어야 할 대통령과 집권세력이 앞장서 국가를 파괴하고 있다"고 지적했을 것이다. 맞다. 지금 이 나라 국민들은 불안하다. 세계사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한국이 그 변화의 주역이 될 것이란 문재인 대통령의 얼마 전 발언도 거의 믿지 못한다.

평화협정 체결 문제도 미덥지 못하다. 결정적으로 그동안 "정의의 핵 보검"을 운운하던 북한이 변했다는 증거가 전혀 없다. 북한은 "핵 포기를 기대하느니 바닷물이 마르기를 기다려라"고 몇 달 전 우릴 대상으로 협박하지 않았던가? 북한 입장이 변했다고 믿을 만큼 우린 충분한 정보와 확신을 갖고 있는가? 그런 것이 없는 외교 행위란 동맹을 속이고, 평양의 사술(邪術)에 놀아나는 바보짓에 불과할 수 있다.

설사 그런 사술 외교에 일시적으로 성공한다 해도 핵을 머리에 인 평화협정으로 마무리될 될 것이고, 한반도 불안요인을 가중시킬 뿐이다. 때문에 최악의 상황도 한 번 가정할 필요가 있다. 6월 초 미북정상회담이 성사되지 않거나, 극적으로 성사된다 해도 이내 파행으로 끝나는 경우다.

그땐 한반도의 봄은커녕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가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 중의 하나가 독재자 김정은과, 중매에 나섰던 문재인의 정치적 지위가 동시에 위태로워질 가능성이다. 남북이 손잡고 움직이는 '외교적 마술'이 들통 날 경우 그럴 개연성이 없지 않다. 지금 국면에서 지난해 말 한국 땅을 밟은 트럼프가 했던 국회연설을 재확인하는 게 어떨까?

"북한 정권은 자신의 궁극적인 목표(적화통일)를 협박을 통해 이룰 수 있다는 헛된 희망을 갖고 핵무기를 추구해 왔습니다. 그 목표는 우리가 허용할 수 없습니다. 그 목표를 우리가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국내 일부 주사파의 몽상과 달리 북핵이 대한민국을 깔고 앉으려는 목적 아래 개발됐다는 것, 때문에 그걸 용납할 수 없다는 미국의 의지를 당시 트럼프는 천명했다. 탄도미사일 개발 중단과 함께 완전한 핵 폐기(CVID) 원칙도 재확인했다. "북한 독재 정권의 지도자(김정은)에게 직접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이곳에 왔다"는 말까지 반복해 강조했다.

그게 정답이다. 올해 초 우리의 중재 아래 벌어질 남북정상회담, 미북정상회담 카드란 이런 명백한 목표에 잠시 혼란을 초래한 막간극일 뿐 한반도 위기의 구조에 변화가 온 것은 없다. 그걸 애써 장담할 필요도 없다. 그게 맞는지 아닌지는 앞으로 2~3개월, 늦어도 올해 안에 입증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칼럼은 미디어펜 (http://www.mediapen.com)의 글을 전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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