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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베트남의 과거사 접근 왜 이리 극과 극인가

문 대통령 "유감의 뜻" 표명은 베트남 정서 모르는 것, 전문가들 "베트남은 미래에 관심 있고 박정희에 열광"

뉴스윈코리아 기자2018.03.27 21:28:12

베트남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정상회담에서 "우리 마음에 남아 있는 양국 간의 불행한 역사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에게 밝혔다. 베트남 참전을 염두에 둔 발언인데, 국내 언론은 그게 김대중-노무현 발언의 연장선이라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김대중의 경우 1998년 베트남 방문 때 "베트남 국민에게 고통을 준 데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했고, 노무현도 2004년 호치민 묘소에서 "마음의 빚이 있다"고 했다. 신문방송이 외면하는 건 5년 전 베트남 방문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이다. 당시 그는 과거사를 거론하지 않는 쪽을 선택했다. 누구의 선택이 옳고 균형 잡힌 것일까?

정답은 없다. 다만 베트남에 대한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등 셋의 사과발언이란 국내 좌파 집단의 논리를 반영한다는 점이다. 베트남전 참전은 저들의 민족해방전쟁을 방해한 폭력적 행위라는 인식이다. 그럼 이런 논리를 베트남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저들은 우리의 태도 앞에 어리둥절해 하거나 어색해 한다.

왜? 베트남 각급학교에서 한국의 참전 사실을 가르치지 않는다. 미국과 싸웠다는 사실만 부각시킨다. 때문에 사과한다면 미국이 해야 하지만, 더욱이 지금은 미래로 나가야 할 때이니 그런 얘기할 계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과거에 연연하지 않는 저들의 심성을 전해준 것은 몇 해 전 나왔던 권쾌현(전 연합뉴스 하노이 특파원)의 책 <아주 특별한 베트남 이야기>였다. 

그 책은 베트남 참전 문제를 두고 저들에게 사과를 하지 말라는 조언까지 했음을 독자들에게 일깨워드리고 싶다. 그게 오버가 아님을 보여주는 게 2000년 미 대통령 클린턴 방문 당시 일화다. 양국의 전쟁 이후 첫 방문이라서 베트남 당국은 조용하게 일정을 짰다. 

테러 걱정 등이 겹쳐 클린턴이 하노이 공항에 내린 것은 밤 12시로 잡았다. 놀랍게도 숙소로 가는 베트남기와 성조기를 든 시민들로 인산인해였다. 놀라운 환영 열기는 3박4일 방문 일정 내내 이어졌다. 그때 외신 기자들이 베트남 당국자에게 물어봤다. "환영 인파를 동원했는가?" 돌아온 답이 쿨했다. "미 대통령은 우리를 도와주기 위해 왔다. 환영하는 게 당연하지 않냐?"

저자 권쾌현은 이 말을 전하며 "지금도 과거에 매달려 정쟁을 거듭하고 있는 우리와는 너무도 다르다"는 말까지 털어놓았다. 많은 것을 함축하는 대목인데, 차제에 미래를 보는 큰 안목을 환기시키려는 것이고 그게 지금 한국인 모두에게 중요하다는 걸 나는 말하려는 것이다. 이걸로 그치면 안 된다.

  
기가 차는 일도 있다. 과거사에 사무친 한국의 열혈 운동권 출신들의 행태도 문제다. 몇 해 전 그런 여성들이 베트남전 참전 한국군의 양민학살을 주제로 연구한답시고 현장조사를 하는 등 난리를 쳤다. 국내 매체에 기고도 했고, 일부 단체는 베트남 현지 조사단 파견과 베트남 정부의 공식 조사를 요구했다. 하도 소란을 떠니 당시 베트남 측 외교부 대변인이 나서야 했다.

"당시는 한국과 베트남 모두 불행한 시기였다. 그때 한국이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미국을 도와 참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지금의 양국관계에 어떻게 장애가 될 수 있나? 한국은 지금 베트남의 가장 가까운 친구의 하나다. 과거의 일시적인 불행 때문에 가까운 친구를 잃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이다. 베트남은 지금 과거를 돌아볼 이유가 없다."

우린 알고 있다. 문 대통령은 자기 책 <운명>에서 1975년 월남 패망 때 "진실의 승리를 확인하면서, 읽는 나 자신도 희열을 느꼈던 기억이 생생하다"(132쪽)고 썼다. 물론 대학시절 회고였는데, 그런 인식은 리영희의 베트남 전 관련 글을 <창작과비평>을 통해 탐독한 결과라고 밝혔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불행한 역사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한 것이 그 연장선이라면, 나는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판단한다. 소싯적 일과 국가 대사를 구분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특정인이 아니고 한국민 전체로 확대된다. 아직도 한일 문제 등 과거사에 매달려 미래로 나갈 동력을 잃고 있는 게 우리의 집단정서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 잊으면 안 될 게 현대 베트남은 중국과 같이 사회주의 간판 아래 자본주의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도입했다는 점이다. 1975년 통일 직후 베트남은 집단농장제 실시 등 교과서적 공산주의 정책을 펼쳤는데, 그게 재앙으로 드러난 탓이다. 시장경제체제와 대외개방 그리고 자율경영은 이후 그들이 새로 정한 목표다.

그런 베트남이 따라 배우려는 모델은 대한민국이고, 박정희다. 심사숙고 끝에 베트남이 따라 해야 할 발전모델로 선정했기 때문이다. 전쟁을 겪은 불모지에서 단결과 노력으로 성과를 거뒀다는 점이 매력이었다. 실제로 베트남은 수교(1992년) 직전 주무 장관들을 잇따라 한국에 보냈고, 경제발전 노하우와 새마을운동을 배웠다. 

참고로 <아주 특별한 베트남 이야기>의 저자에 따르면, 베트남의 한국 사랑은 대단하다. 그곳의 오피니언 리더 층에서 "우리에게도 박정희가 필요하다"는 말이 서슴없이 나올 정도다. 그 책은 "박정희 같은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가 나와서 부정부패를 뿌리 뽑고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뤄야 한다"는 현지인의 말을 반복해 전해준다. 그런데 우린 지금 무얼 하는 걸까?

[이 칼럼은 미디어펜 (http://www.mediapen.com)의 글을 전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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