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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박정희 사진이 보수당사에 없었다는 비극

"곧 사진 내걸겠다" 홍 대표의 발언은 일단 환영, 건국-부국 대통령 제대로 예우하는 계기 삼아야

뉴스윈코리아 기자2017.11.20 23:48:59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 당사엔 신익희-조병옥의 사진은 없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초상화만 걸려있다. 김대중이 1995년 만든 새정치국민회의와, 그의 정치적 후계자 노무현을 그 당의 표상으로 삼는다는 얘기인데 그건 노골적인 역사 왜곡이다. 건국 이래 민주당의 뿌리를 잘라낸 뒤 좌파 운동권 정당으로 탈바꿈했다는 얘기에 다름 아니니까.

당 강령도 그걸 보여준다. 저들은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이란 역사적 사건을 뽑아냈다. 6.25 언급도 없고, 1960~70년대 고도성장도 무시하며 그 과정에서 대기업 역할도 배제했다. 민주당이 그렇게 외곬이라는 게 놀랍지만, 그들을 집권여당으로 만들어준 국민들도 참 어지간하다. 강령은 이렇다.

"우리는 대한민국임시정부의 항일정신과 헌법적 법통, 4월 혁명·부마민주항쟁·광주민주화운동·6월 항쟁을 비롯한 민주화운동을 계승하고 경제발전을 위한 국민의 헌신과 노력을 존중하며, 노동자·농어민·소상공인 등 서민과 중산층의 권리 향상을 위해 노력한다."

민주당사엔 신익희-조병옥 사진 없다

집권당이 그 지경이지만, 제1야당 자유한국당의 형편도 그에 못지않다. 며칠 전 당 대표 홍준표 언급에서 드러난 그 당의 정체성 혼란이 새삼 드러났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건국과 산업화를 이끌어온 보수정당의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되는가 하는 걱정을 지울 수 없는데, 물론 그의 발언 자체는 일단 고무적이다.

그는 "건국의 아버지 이승만, 조국 근대화의 아버지 박정희, 민주화의 아버지 김영삼 세 분 사진을 중앙당사에 걸겠다"고 약속했다. 당 운영과 정체성 문제에서 박정희와 박근혜 둘을 분리 대응하겠다는 복선이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건국 대통령, 부국 대통령에게 제자리를 찾아주겠다는 약속이다. 그래서 고맙고 감격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일부 좌익 세력을 제외하고 이승만-박정희에 대한 공감은 상당히 이뤄졌는데, 그걸 반영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궁금한 건 따로 있다. 그럼 지금까지 당사엔 어느 분의 사진이 있었을까? 확인해보니 그동안 어떤 사진-초상화가 걸려있지 않았다. 충격이다.

뿌리 없는 보수정당의 민얼굴이 그렇다는 확인 때문이다. 민주당이 운동권  정당이라면, 자유민주당은 모래알 정당이란 뜻이다. 건국 이래 무섭게 요동쳐온 한국정치의 파행성이 다 이유가 있었던 셈일까? 한걸음 더 나가자. 구체적으로 이런 보수정당의 현주소는 무엇 때문일까? 우선 박정희. 그는 집권 18년 동안 이승만에 대한 존경을 한 번도 표한 바 없다.

이승만 서거 때 "건국의 원훈(元勳, 으뜸가는 공훈을 세운 분)"이라고 찬사를 보냈지만, 그건 노산 이은상이 써준 원고였다. 실은 그는 이승만과 대립한 민주당과 심정적으로 잘 맞았다. 그래서 5.16 이후 신익희-조병옥 등 야당 지도자 추모행사에 참여했고, 백범 김구 동상을 서울남산에 세웠다. "자신이 새 역사를 쓰고 있다는 확신이 컸기 때문에 1948년 건국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도 않았다."(이영훈 지음 <대한민국 역사> 305쪽).

'이승만 지우기'에 박정희가 앞장섰다는 게 한국정치의 비극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안타깝게도 그게 이후 한국정치의 나쁜 전통으로 작용했는데, 전두환도 집권 이후 전임자 박정희 지우기 작업을 했다. 그런 전두환을 백담사에 유배 보내며 "5공 청산"을 외친 것도 후계자 노태우였다.

그런 전두환-노태우 둘을 김영삼이 어떻게 도매금으로 매도하며 자신을 문민 대통령으로 포장했는가를 우린 안다. 이명박-박근혜 둘도 감정이 안 좋고, 이른바 추징금 환수를 위해 소급입법을 제정해 전두환을 박해한 것은 박근혜 정부 시절이었다. 건국과 산업화의 적통(嫡統)을 가진 대통령끼리 그렇게 악연을 쌓을 때 좌파 성향 대통령들은 함께 뭉쳤다.

  
한국정치의 악순환 끊을 좋은 계기

지금 문재인 대통령은 둘을 이은 제3기 민주정부라고 자칭하지 않던가? 이런 흐름 속에 민주화 세력으로 포장한 운동권 좌익 세력이 우리 모두를 가리켜 반헌법세력-적폐세력으로 매도하기에 이르렀다. 정말 놀랍게도 건국과 산업화를 이뤄낸 보수정당은 이런 공격에 제대로 된 방어를 하기는커녕 엉뚱하게도 운동권 세력에게 콤플렉스를 키워왔다.

그 결과 스스로를 모멸하고 자해(自害)해왔다. 그게 보수정당이 가진 나쁜 피이자, 최악의 DNA다. 이런 뺄샘 정치가 국민 사이에 정치 환멸을 부르고, 보수정당에 대한 호감을 지웠으며, 끝내 젊은이들을 내쫓고 말았다. 자기 이념과 정체성에 대한 확신이 없는 못난이 정당을 누가 지지할까?

홍 대표가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사진을 걸겠다"고 약속한 건 그래서 의미있다. 본인이 의도했는지 아닌지와 상관없이 그게 한국정치의 나쁜 패러다임을 바꿔줄 위력이 있다고 나는 판단한다. 단 조건이 있다. 당 대표 방에 세 분 사진을 거는 걸로는 안 된다. 소속 의원 전원은 물론 지역별 당협위원장의 방에도 모두 사진을 내걸길 바란다.

놀라운 현대사 긍정의 효과가 파급될 것을 나는 기대한다. 물론 자유한국당  내부에 현대사 공부를 제대로 시키는 당원 교육을 곁들일 것도 제언한다. 차제에 알아둘 것이 하나 있다. 박정희가 이승만을 낮춰봤지만, 대한민국의 국가정체성만은 놀랍도록 이승만을 정확히 승계했다는 역설이다. 반공 이념, 미국과의 동맹, 대통령 중심제 정부 형태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박정희와 전두환 사이의 유사성, 전두환-노태우의 동질감도 음미해볼 일이다. 결국 그들은 헌법 4조가 명문화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충실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한민국이 아직도 유지되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김영삼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논란이 분분하다.

그가 과연 민주화 대통령인가? 운동권 세력에 길을 터준 허깨비였던가? 다음 회 이 문제를 정면에서 다룰 것을 약속한다. 이런 공부가 쌓이고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때 지금 논란인 박정희 동상 문제도 긴 시야 속에서 풀어갈 수 있지 않을까? 어쨌거나 우리가 원하는 건 대한민국 수호이며, 그걸 위해 지금은 현대사에 대한 성찰에 몰두할 때다.

[이 칼럼은 미디어펜 (http://www.mediapen.com)의 글을 전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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