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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왜 이웃 일본 지식인의 충고에 귀 닫고 사나

자폐적 반일 민족주의 틀 깨고 나와야 나라에 활로 생겨

뉴스윈코리아 기자2017.08.07 21:03:46


주한 중국대사가 한국인 비하 발언을 했다 해서 한때 뒷말이 나왔던 적이 있었다. 청융화(程永華)란 외교관이 주인공인데, 그는 "명·청 시대 조공을 바치던 한국(조선)의 전통을 보라. 한민족의 폐쇄적 성격은 뿌리가 깊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공개석상은 아니었다. 2009년 대사로 근무하던 무렵 캐서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 대사와의 만찬 자리였다.


당시 대화가 공개된 건 만찬 2년 뒤 위키리크스의 미국 외교 전문 폭로 보도였는데, 한국인의 감정을 건드린 게 사실이다. 당시 청융화는 "북한이 중국의 개혁노선을 따랐으면…"하고 아쉬움을 표하자 배석한 참사관까지 "북한 폐쇄성이란 한민족 전통이다"며 말을 거들었다.

하지만 그게 큰 논란으로 번지진 않았다. 북한 비판에 힘이 실렸기 때문에 우리가 발끈할 필요는 없었던 탓일까? 또 중국인의 '뒷담화'는 맞는 소리라서 뭐라고 따질 게 없었다. 조공의 전통은 물론 조선말 위정척사파의 존재, 그들의 자폐적 DNA를 간직한 종복좌파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폐쇄성은 유구하지 않던가? 조용하게 넘어간 건 상대가 중국인인 탓도 있다.

무토의 충고 "북핵 앞에 무사태평 안된다"

그가 만일 일본 사람이라면, 망언이네 뭐네 하고 한참 시끄러웠으리라. 했더니 이번엔 정말로 일본인이 등장했다. 그것도 전 주한 일본 대사다.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69)가 그 주인공인데, 그는 아예 일본에서 책을 펴냈다. <한국인으로 태어나지 않아 다행이다>가 그것이다.

두어 달 전 국내 일간지가 이걸 소개할 땐 대놓고 혐한(嫌韓) 도서로 규정했다. 볼 필요도 없다는 투였고, 실제로 연합뉴스는 책 전체가 "억지 주장"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려니 했다가 '월간조선' 최근호가 책 내용을 게재해 유심히 살펴봤는데, 아차 싶었다.

잊을만 하면 한 번씩 한국인에게 반일 감정을 부채질하는 핵심 루트는 정대협을 포함한 좌파 시민단체와, 민족감정을 가지고 장난치는 국내 언론이라는 건 세상이 다 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한국 언론의 왜곡보도때문에 무토의 소중한 충고를 외면할 뻔했다.

아무리 봐도 한국 혐오 책은 아니다. 일부 아슬아슬한 내용이 없지 않지만, 한국인이라면 경청해야할 내용이 분명했다. 한일관계를 놓고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의 최근 정상회담에서 뭐라고 했던가? "양국은 기본적 가치와 전략적 이익 공유할 뿐 아니라 지리적 문화적 가장 가까운 친구"라고 했다. 그게 백 번 옳다.

그런 중요한 이웃나라 지한파(知韓派) 외교관의 충고 하나를 왜 우린 소화 못하나? 무토의 속생각도 한국 때리기가 아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혐한 아니다. 앞으로 한국사회가 이 책 제목대로 불행하게 되지 않고, '한국에 살아서 좋았다'라고 만족하는 나라가 되길 원했다"고 했다.

결정적으로 이 책의 메시지는 두 개다. 첫째가 한국인 모두와 문재인 정부에게 북한 위협을 강조한 것이 우선이다. 무토 전 대사는 북핵 위기로 빚어진 일촉즉발의 상황에서도 지난 5월 친북 성향의 대통령을 뽑은 한국인의 무사태평 심리를 지적하고 있다. 전쟁 공포증에 사로 잡혀 평화 타령을 늘어놓는 태도에도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천동설(天動說) 신봉하는 한국인 바보들

"햇볕정책의 영향과 함께 김대중·노무현 시대의 친북교육의 영향도 크다. '동족을 의심하면 안된다'라는 건 순진한 생각이다. 김정은에게 중요한 것은 생존과 권력기반 유지다. 한국인은 이걸 잘 모른다" 무토의 이 발언에 무슨 문제가 있는가? 문 대통령이 친북적 태도란 외교안보 포퓰리즘이란 지적도 옳은 지적이다.

하지만 무토의 발언 중 가장 무게가 실리는 건 지나친 반일 정책에 대한 경계인데, 이 대목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일테면 한국은 일본에 비해 무려 7~8배(인구 대비)나 자기 자녀들을 미국에 유학 보낸다. 하지만 토익 점수는 높을지 모르지만, 한국인의 국제감각이 썩 만족스럽지 못한 건 왜 그런가? 그런 지적 끝에 무토는 이렇게 말한다.

"세계는 한국을 중심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 지적에 필자인 나는 격하게 공감한다. 한국만큼 국제교역으로 먹고 사는 나라가 없는데, 막상 시민의식의 반경은 너무나도 좁다. 철지난 민족주의 탓이 가장 크겠지만, 그걸 부채질하는 언론의 악영향도 무시 못한다.

즉 국내 언론의 시야란 '광화문에서 여의도까지'다. 청와대가 있고, 국회가 있는 곳이 시야의 전부라서 토쿄와 워싱턴 그리고 베이징과 모스크바가 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거대한 인지부조화 상태인데, 때문에 나는 한국인들은 아직도 중세인처럼 천동설(天動說)을 신봉하는 듯 보인다는 지적을 종종 해왔다.

지난 주말에도 그랬다. 그날 나는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에서 1965년 박정희의 한일국교정상화의 현재적 의미를 주제로 한 강연을 했다. 옛날얘기만큼 그게 오늘에 주는 교훈을 언급했다. 즉 이웃 일본을 두고 사사건건 으르렁대는 한국사회가 과연 건강한가를 되물었다. 결론은 자명했다. "반일 민족주의의 늪에 갇힌 채 일본에 투정을 부리는 한국인 집단심리란 21세기 대한민국의 생존양식에 맞지 않는다."

섣부른 반일정서가 좌익세력의 반미 정서 그리고 친북 성향, 친중 사대주의 물결과 결합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정치적 재앙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경고도 했다. 먼 얘기가 아니다. 당장 강경화 외교장관이 하는 행동도 그렇다. 그는 "북핵 위기 속 한일 공조 급한데…위안부 TF 강행"(8월1일자 중앙일보 6면)하고 있다. 명백한 바보짓이다.

왜 박근혜 정부가 어렵게 타결했던 위안부 협정을 뒤집겠다고 소동인가? 그런 걸로 대중의 값싼 박수를 받아 뭘 하겠다는 건가? 무토의 충고를 새삼 경청해야 하는 게 지금이다. 오늘의 마무리 질문. 그런데 무토의 책을 번역해 펴내는 멋진 출판사는 어디 없을까? 그 정도는 돼야 선진사회다.

[이 칼럼은 미디어펜 (http://www.mediapen.com)의 글을 전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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